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장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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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월의 어느 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스튜디오에 당대 최고 팝스타들이 비밀리에 모여들었다.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티나 터너, 브루스 스프링스틴, 밥 딜런, 신디 로퍼, 폴 사이먼, 빌리 조엘, 케니 로저스 등 40명이 훌쩍 넘었다. 대부분 그날 열린 음악 시상식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참석했다가 곧바로 왔다. 누가 오는지조차 몰랐던 팝스타들은 스튜디오에서 서로 놀라며 인사를 나눴다.

한달여 전 영국에서 싱글 ‘두 데이 노 이츠 크리스마스?’가 나왔다. 유투의 보노, 듀란듀란, 왬의 조지 마이클, 컬처클럽의 보이 조지, 스팅 등 영국·아일랜드 출신 가수들이 결성한 그룹 ‘밴드 에이드’ 이름으로 발표됐다. 아일랜드 출신 가수이자 사회운동가 밥 겔도프가 그해 큰 문제가 된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돕고자 주도한 프로젝트였다.

이에 영향을 받아 미국 음악업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수이자 사회운동가 해리 벨라폰테는 라이오넬 리치에게 “백인이 흑인을 돕는 사례는 많은데, 흑인이 흑인을 돕는 사례는 없었다”며 아프리카 돕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흔쾌히 수락한 리치는 마이클 잭슨과 곡 작업에 들어갔다. 프로듀싱은 당대 최고 프로듀서 퀸시 존스가 맡았다. 참여할 거물 가수들을 하나씩 섭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모두 한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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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당일, 자존심 세고 자유분방한 팝스타들로 가득 찬 스튜디오는 왁자지껄하고 어수선했다. 누구 말마따나 “유치원에 처음 간 날” 같았다. 그때 밥 겔도프가 등장했다. “가운데 구멍 뚫린 플라스틱 조각(카세트테이프) 하나가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할지도 모른단 걸 기억해야 한다. 이 노래로 수많은 사람을 살리길 바란다”는 그의 말에 가수들은 숙연해졌다. 그리고 진지하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위 아 더 월드/ 위 아 더 칠드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이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이 지난달 29일 공개 이후 입소문을 타고 있다. 피곤함을 참고 밤샘 녹음하는 장면에 뭉클했다는 후기가 많다. 투어 공연을 마치고 곧바로 날아와 안 좋은 목 상태에도 허스키한 목소리로 열창한 브루스 스프링스틴,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인 게 어색해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자기 몫을 해낸 밥 딜런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녹음을 마치고 가수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다이애나 로스는 남아서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랐다”며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에선 덩달아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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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3월 발매된 싱글 ‘위 아 더 월드’는 빌보드 ‘핫 100’에서 4주간 1위에 올랐고, 8천만달러 넘는 모금을 이끌어냈다. 이는 음악가와 노래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 됐다. 최근에는 케이(K)팝이 선한 영향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유엔(UN) 정기총회에서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로 한 연설이 대표적이다. 이는 각 개인 내면의 이야기가 외부의 커다란 이슈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웠다.

요즘 다시금 세계적인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이제는 ‘위 아 더 월드’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성사되긴 힘들겠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노래가 끊이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