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본관 1층에서 1일 개막한 역대 대통령 특별전의 박정희 전 대통령 영역에 이젤과 함께 전시된 고인의 친필 반려견 스케치 그림. 취재진이 살펴본 결과 사진 복제본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형석 기자
청와대 본관 1층에서 1일 개막한 역대 대통령 특별전의 박정희 전 대통령 영역에 이젤과 함께 전시된 고인의 친필 반려견 스케치 그림. 취재진이 살펴본 결과 사진 복제본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형석 기자

“이 그림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맞습니까?”

“친필이니까 걸었지요. 이거는 거기서 직접 그린 겁니다.”

“보니까 복제품 맞는데요? 보도자료에도 복제품 표기를 안한 이유는 뭔가요?”

광고

“…지금 알아보겠습니다…아, 확인해보니 박정희 기념관에서 그림 원본은 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복제품을 보낸다고 알려왔습니다.”

1일 낮 청와대 본관 1층 박정희 전 대통령 유물 전시장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취재진 사이에 이어진 대화 내용이다. 박 장관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말 그린 작품이라고 홍보하며 청와대 본관 특설전시관에 박 전 대통령이 쓰던 이젤(그림 받침대)에 얹어 공개한 반려견 스피츠 방울이의 스케치 작품은 원본이 아닌 사진을 찍은 복제본이란 사실이 취재진에 의해 드러났다. 지적을 받은 박 장관은 “진열하면서 표기하지 않은 문제가 있으니 표기하겠다”고 뒤늦게 정정할 뜻을 밝혔다.

광고
광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의 개방 1돌을 맞아 1일 청와대 본관 1층 세종실과 인왕실에서 시작한 역대 대통령 12명의 청와대 애장품과 생활물품들을 소개하는 역사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가 부실하고 빈약한 전시구성으로 입길에 올랐다. 올초부터 약 다섯달 동안 박 장관이 전체 기획방향을 총괄하고 문체부 관계자들이 실무를 맡아 꾸린 이 전시의 주요 콘텐츠들을 놓고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린 반려견 그림은 복제품이라는 설명도 없이 고인이 쓴 이젤 위에 얹어 진품처럼 진열장에 넣고 전시하는가 하면 광주학살로 정권을 찬탈하고 집권한 독재자 전두환 전 대통령은 노골적인 미화 문구와 기념물품을 집어넣는 등 전시 콘텐츠의 진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광고

전두환 전시 영역의 경우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처음 시구∙시축한 스포츠 애호가로 미화하는 문구를 전시 소개에 넣고 “국정운영에서 스포츠와 국력의 관계를 중시했다”는 글귀를 진열장에 넣었다. 전두환 관련 유품으로는 1985년 월드컵 본선 진출 축하 청와대 만찬에서 서명한 축구공과 1981년 세계권투평의회 서울 총회를 기념해 한국권투위원회가 그에게 증정한 기념패, 1982년 야간 통금 철폐 뒤 서울 밤거리를 순시하면서 썼던 봉황 무늬가 인쇄된 방한모를 기념유품으로 내놓았다.

반면,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아예 생활 소품이 없고 해상도가 낮은 흐릿한 사진들로만 전시공간이 주로 채워져 의도적인 깎아내리기가 아니냐는 억측까지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그의 일상 애장품이나 생활물품과 연관이 없는 의사 이국종씨에 대한 표창장이 전시품으로 나와 취재진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복제 그림은 진품인 이젤과 같이 전시하면 좋겠다고 박정희 기념관 쪽에서 준 것을 그대로 받은 것이며, 문 전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기록관 쪽에서 소품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려 협조를 받지 못했으며 라이프스타일 위주의 사진을 모으다 보니 흐릿한 사진을 쓰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시 예산 액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다른 청와대 경내 복원 예산과 포괄적으로 연계돼 있어 구체적인 액수를 말할 수 없다”고 대답을 피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체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