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기간 법관으로 지내며 법칙과 원칙에 대한 기준을 지켜오신 분으로, 우리 당이 원칙과 기준을 지키며 승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실 분이라고 생각되어 모시게 됐습니다.”
2023년 12월19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을 이끌게 될 새 사무총장을 발표하며 넘치는 상찬을 쏟아냈다. 그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하게 되면서 ‘위기의 당’을 이끌게 된 한 비대위원장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 사무총장으로 선택한 인물은 불과 1년 6개월 전(2022년 6월) 보궐선거로 국회에 처음 입성한 판사 출신 장동혁 의원이었다. 초선도 아닌 0.5선 사무총장의 탄생. 장 의원은 그렇게 중앙 정치 무대 한 가운데 서게 됐다.
이후 두 사람은 22대 총선과 전당대회에서 함께 싸우며 영원한 “소울메이트”(한 전 비대위원장의 2024년 1월 충남도당 행사 발언)가 될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2024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선언하던 그 무렵까지의 얘기다. ‘정치판에선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을 입증하듯,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6년 1월29일,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징계안을 의결하며 완전히 갈라섰다. 두 사람의 애증이 서린 2년 역사를 되짚어 봤다.
0.5선인 장 대표를 당시 사무총장으로 인선한 건 ‘파격 중 파격’으로 비쳤다. 당 살림살이를 도맡는 이 ‘요직’은 보통 대표의 측근인 재선 혹은 3선 의원이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장 대표는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놓고 의원총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때, 반대 목소리를 적극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나를 추대하는 건 합리적으로 반대할 수 있는 일”이라며 장 대표를 옹호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24년 7·23 전당대회를 거치며 더욱 두터워졌다. 한 전 대표는 22대 총선 참패 이후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가 전당대회에 다시 대표로 출마했는데, 장 대표는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섰다. 전당대회 결과, 한 전 대표는 62.84%로 결선 없이 당 대표로 선출됐고, 장 대표는 4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1등으로 당 지도부에 진입했다. 이를 계기로 장 대표는 ‘친한동훈계 좌장’이란 별명도 새로 얻었다.

2024년 11월, 한 전 대표를 장차 제명으로 몰고 가게 될 ‘당원게시판’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까지만 해도, 장 대표는 “한동훈 대표 리더십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이라며 “한 대표의 정치적 생명으로까지 연결시켜서 몰아가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견고했던 두 사람의 관계를 깨뜨린 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문제였다.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으나, 탄핵 찬반을 놓고선 한 전 대표와 다른 길을 택했다.
한 전 대표도 애초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었으나,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을 체포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탄핵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장 대표는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나서서 (탄핵)문을 열어줄 필요는 없다”며 한 전 대표에 반기를 들었다. 2024년 12월1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비토가 이어지자, 장 대표는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다른 최고위원들의 사퇴도 이어지면서 ‘한동훈 체제’는 결국 붕괴했다.
이후 장 대표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한 국민의힘 의원 45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친윤석열계’로 돌아선 것이다. 2025년 3월 한 기독교 집회에선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친윤을 넘어 ‘맹윤’(맹렬한 친윤)으로까지 분류됐다.
‘탄핵 반대’를 외치는 강성 지지층에 올라 탄 장 대표는 2025년 8월 당내 영남권 주류와 극우 성향 전한길씨 등 아스팔트 보수의 지지를 받으며 당 대표에 선출됐다. 그는 전당대회 내내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친한계를 향해 “내부 총질”을 한다며 “당론에 반대되는 말을 한다면 당을 나가라”는 모진 말을 쏟아냈다. 전당대회 티브이(TV) 토론 당시 ‘전한길과 한동훈 중 누굴 공천할 거냐’는 질문을 받고, 장 대표가 택한 건 “전한길”이었다. 이 장면은 한때의 브로맨스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장 대표는 “끝나지 않은 사건”이라며 당원게시판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건의 본질은 사실상 여론조작”이라며 입장도 달라졌다. 이후 윤석열 탄핵 반대론자인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 김건희 옹호론자인 윤민우 윤리위원장을 임명하며, 한 전 대표 제명 절차를 밀어붙였다. 이제는 한 전 대표가 ‘장동혁 사퇴’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으나, ‘원수’나 다름 없어진 두 사람이 국민의힘 지붕 아래서 다시 ‘동지’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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