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에게 쌀을 먹인 남자
-슈퍼 공무원의 시골마을 구하기 대작전
다카노 조센 지음, 김영란 옮김/글항아리·1만4000원
역시나 일본 책. 제목, 장·절 나눔, 내용, 주인공 등이 똑 떨어진다. 그림으로 옮기면 그대로 만화겠다. 주인공이자 지은이는 공무원으로, 시시로 담당이 바뀐다. 세무과, 사회교육과, 농림과, 문화재실장 등. 하는 일과 윗사람이 달라지니 장절을 달리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만화 골격이다. 게다가 텔레비전 방송 기획·구성작가를 거쳤으니 이런 연분이 없다. 책은 전혀 공무원 체질이 아닌 주인공이 공무원 사회에서 겪은 경험담이다. 그 세계, 그 분위기가 방외자 눈길에 객관적으로 비치고, 비체질인의 사색을 거쳐 희극적으로 전환된다. 책을 따르면 복지부동 행태가 적나라한데, 체질 공무원 처지에서 보면 당치 않을 수도 있다. 재미가 끝까지 지속되는 것은 아무래도 이를 통해 우리를 반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가 여럿이나 중심은 한계상황의 농촌 살리기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만 남아 5년쯤 지나면 사라질 운명의 어느 마을에 색다른 젊은 공무원이 나타나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천력으로 마을을 회생시키고 떠난다. 유쾌한 총잡이 서부영화, 이를 패러디한 구로자와 아키라의 칼잡이 영화가 떠오르지 않는가. 주인공이 작가인 점에서 시대와 장르를 달리한 펜잡이 패러디랄까.
시련과 극복은 기본. 낯선 임지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애숭이 취급 받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은 쌀 50가마를 팔아 자기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천황, 교황, 미국 대통령한테 차례로 편지를 쓴다. 제발 우리 쌀 한번 먹어주시라고. 하나라도 걸리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밑져봐야 본전. 천황은 될 듯하다 막판에 취소된다. 차일피일 미루던 교황은, 지은이가 미국 대통령으로 넘어가려던 차에 답을 보내온다. 주인공은 개가 사람을 물면 외면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눈을 돌리는 기자의 속성을 이용하여 매스컴을 탄다. ‘교황이 먹는 무공해 쌀’. 실물보다 광고와 브랜드를 따지는 요즘 사람들이 너도나도 팔아준다.
주목할 점은 바로 스토리텔링. 교황을 움직인 것은 마을이름 미코하라(神子)를 ‘신의 아들’이라고 설명한 점이다. ‘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몫을 대행하는 교황과 어울리지 않는가. 본래 ‘무당의 아들’이란 뜻으로 그리스도나 교황과 무관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이 이를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이야기로 만들었다. 또 하나. 쌀을 브랜드화 하면서 에르메스 상표의 글씨를 쓴 명인한테 부탁하여 얻은 캘리그라피를 썼다. 쌀은 그대로지만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해 인지도를 높였다.
스토리텔링은 계속된다. 오래된 신사를 이용해 마을 띄우기. 그곳 고문서에서 발견한, ‘바라처럼 생긴 불덩이가 하늘을 가로질렀다’는 구절로써 ‘유에프오(UFO) 마을’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 편지쓰기와 대중매체 이용하기도 공통점. 주간지 기자를 불러놓고 우동집에 데려가 계란부침을 고명 삼은 우동을 ’유에프오(UFO) 우동’이라고 설레발 친다. 기자가 바보이겠나. 어이없어 하면서 기사화한다. 이심전심으로 진심이 통했기 때문일 거다.
이런 이야기가 드라마로 바뀌어 텔레비전에 방영된 건 하등 이상할 게 없다. 만화 같은 조건. 최소 예산을 받음으로써 제때 독자적으로 행동할 권한을 얻었다.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모든 공무원이 주인공처럼 행동한다면? 아찔한 일이다. 주인공은 말단. 농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고 그럴 수도 없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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