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국적 지닌 작가
북한을 ‘조국’이라 부르며
평양 시내 사람들 만나고
향수병까지 느꼈다고 고백
분단과 대결의 아픔 담아

“마음이 조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몸이 마음과 떨어져, 가마쿠라에 있다는 게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안도감보다도,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나는, 저곳에는 존재하고 있지 않다고 하는 결핍감이 더 컸다.”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44)는 2008년 10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열흘 동안 체류했다. 앞의 인용문은 그가 그로부터 석달 뒤인 2009년 1월 자신의 집이 있는 도쿄 근교의 고도(古都) 가마쿠라에서 북한을 생각하면서 쓴 대목이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가족 시네마>, 그리고 일제강점기 마라토너였던 외할아버지를 모델로 삼아 쓴 소설 <8월의 저편> 등으로 잘 알려진 유미리의 세 차례의 북한 방문기를 담은 책 <평양의 여름휴가-내가 본 북조선>이 번역돼 나왔다. 이영화 옮김, 도서출판615 펴냄. 유미리는 2008년 10월과 2010년 4월, 그리고 같은 해 8월 등 모두 세 번 북한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열흘 정도 머물면서 평양과 신천, 묘향산, 백두산, 판문점 등을 둘러보았다.
앞의 인용문에서 그가 북한을 ‘조국’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점이 이채로운데, 그의 외할아버지의 고향이자 어머니가 태어난 곳은 경남 밀양이고 유미리 자신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처지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가기 전에 한국을 10여 차례 방문했으며 <8월의 저편>의 무대이자 어머니의 고향인 밀양을 취재차 방문했을 때에도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그가 처음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극심한 향수병에 시달렸노라는 고백은 얼핏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해서 유미리가 북한 체제나 사회주의 사상에 대해 이념적으로 쏠린 작가냐 하면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좋은 느낌으로 와 닿는 아름다운 국명, 내게는 환상의 조국이다.”
평양공항에서 입국 신고서를 작성할 때 여행목적 난에 ‘조국 방문’이라고 쓰면서 그가 떠올린 것은 남로당 청년조직 간부였다가 남한 군인들 총에 맞아 숨진 외할아버지의 남동생, 그리고 역시 공산주의 혐의를 쓰고 투옥당했던 외할아버지였다. “조부의 남동생이 죽임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형제가 모두 북으로 갔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렇게 들어선 북한에서 그는, 비록 안내인과 통역의 도움을 받아서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모란봉 을밀대를 산보하던 할아버지와 손자, 강변에서 놀이를 즐기는 시민들,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 아나운서를 꿈꾼다는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의 안내역 여학생…. 결국 그는 첫 번째 북한 방문에서 돌아온 뒤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조선어(한국어) 개인 레슨을 받기에 이른다. “조선 사람들과 통역 없이 이야기하고 싶다, 대동강 맥주를 마시고 명태를 씹으면서 우리말로 밤새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부모가 싸우거나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만 한국어를 썼기 때문에 자신에게 한국어란 음습하거나 폭력적인 느낌을 준다고 고백했던 그였다.
세 번째 방문에는 아들과 동거남을 대동할 정도로 유미리에게 북한은 강렬하면서도 친근한 인상을 주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처지에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역시 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듯하다. 세 번째 방문에서 백두산을 등정한 뒤 베개봉 호텔에서 쉬던 중 그는 역시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했던 한상렬 목사가 판문점을 통해 남쪽으로 귀환했다가 체포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생각한다. “남의 일이 아니구나 (…) 방북기를 단행본으로 출판하면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평양의 여름휴가>는 이렇듯 ‘또 하나의 조국’을 만난 설렘과 기쁨, 그럼에도 끝내 떨쳐지지 않는 분단 및 대결의 긴장 사이를 뚫고 나아간 작가 유미리의 용기와 진정성의 산물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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