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능성의 거리 박정대 지음/문예중앙·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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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직업
박정대 지음/문학과지성사·7000원
모든 가능성의 거리
박정대 지음/문예중앙·9000원

낭만적 충동과 열정이 많은 소년·소녀들을 문학의 길로 이끄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들이 등단과 책 출간을 통해 제도권 문단에 진입한 뒤에도 낭만주의의 깃발을 움켜쥐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시인 박정대(36)는 그런 드문 경우에 속한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2001)라든가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2007) 같은 ‘낯간지러운’ 제목으로 시집을 낼 생각을 그 말고 누가 또 하겠는가.

그러나 어떤 성격의 일이건 우직하게 한우물을 파다 보면 나름의 세계를 일구게 되는 모양이다. 박정대의 낭만주의는 어언 문단 안팎의 공인과 축복을 받기에 이르렀다. ‘어딘가에는 이런 시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 독자들의 공통된 반응인 듯하다. 4년 만에 한꺼번에 내놓은 그의 새 시집 두 권에서도 박정대표 낭만주의는 여전하고 또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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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정대(36)
시인 박정대(36)

“유성우(流星雨)가 내리는 밤이면 고독한 인류의 가슴에도 환하게 불이 켜지고 먼 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들이 밤새 잠 못 이루었음을 기억한다// 거대한 호흡의 바다 위로는 차가운 한숨과 뜨거운 숨결이 교차했음을 기억한다//(…)// 그 모든 것을 기억하는 한 마리의 고독이 저녁의 창가에 앉아 물을 마신다, 사랑하라 사랑하라 허밍으로 중얼거리며 바람이 분다// 전체와 무한을 생각하는 저녁// 추락한 천사의 가슴에는 습관적으로 고독이라는 별이 뜨지”(<추락한 천사의 가슴에는 습관적으로 고독이라는 별이 뜨지> 부분)

“가출 혹은 여행의 삶, 희미한 공기처럼 세계의 골목을 떠돌다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죽으려 했던 나의 꿈이, 이렇게 상처 입은 짐승처럼 내면의 푸른 기억을 적어나가는 새벽이면 가장 먼 곳에서 반짝이며 나를 부르는 골수분자 같은 삶, 질기고도 비린 유전자의 집, 나는 유령이었고 사는 동안 나는 끝내 유령일 테지만”(<봉쇄 수도원>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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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집에서 아무렇게나 골라 본 시들에서 낭만주의자 박정대의 면모는 더할 수 없이 확연하다. 스스로를 추락한 천사로 여기는 그가 “나는 자생적 감정 공산주의자” “자생적 감정 빨치산” “극렬 감정분자”(이상 <감정 공산주의>)를 자처하거나, “시는 무력하지만 너무나 무력해서 무력 무력 혁명의 불꽃을 피워 올리기도 한다”(<언제나 무엇인가 남아 있다>)고 주장할 때, 박정대의 낭만주의가 모종의 이념과 혁명으로 이어지는 성질의 것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최재봉 선임기자, 사진 문예중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