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을 흘린다 시경 앞 남대문 시장 근처/ 철 이른 옥수수를 쪄 팔던 아줌마도/ 아줌마의 치마섶도 눈물을 흘린다/ 옷핀이며 머리핀을 늘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던 난전꾼도 난전꾼의 리어카도/ 눈물을 흘린다 미도파 옆 지하도 입구/ 계단을 오르던 사내도 사내의 넥타이도/ 쭈그려 앉아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아무도 울지 않는다”(이은봉 〈일기-1987년 6월 22일〉 부분)
그 눈물의 날들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명동에서 남대문에서 시청 앞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악이 받쳐라 구호를 외치던 날들이 소설 〈밤길의 사람들〉(박태순)을 낳았고, 진보적 문인 단체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민족문학작가회의로 거듭나게 했다. 그렇지만 “한열아, 우리는 20년 동안/ 그날/ 너의 주검과 만났던 단 하루의/ 경로를 다 이루지 못했다./ (…) / 너의 죽음으로 이 시대 청춘은/ 이리 밝고 맑고 명랑하다./ 앞장서 죽은 거룩함은 거룩함의/ 몸이다./ 한열아 아직/ 쉬지 못하리,/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한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구나.”(김정환 〈거룩한, 젊은 몸〉 부분)
그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하마 6월이 다 가기 전에 20년 전 그날들을 되새기고 기리는 시집과 평론집이 나온 것은.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임헌영)이 기획한 6월항쟁 20돌 기념 시집 〈유월, 그것은 우리 운명의 시작이었다〉(화남)와 ‘1987년 이후 문학 20년, 종언인가 진화인가?’를 부제로 삼은 합동 평론집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갈무리)은 2007년 6월의 한국 문학이 1987년 6월의 한국 문학과 사회에 건네는 미안함의 인사라 할 법하다.
“밀어붙이다가 밀려나고 흩어졌다가/ 골목으로 집으로 스며들어 갔다가/ 다시 나와 물처럼 거리를 메웠다/ 다시 밀어붙여/ 전국 도처 동시다발이었다/ 독재타도/ 독재타도” “그것은 우리 운명의 시작이었다/ 역사의 시작이었다”(고은 〈6·10 대회〉 부분). 〈유월, 그것은 우리 운명의 시작이었다〉에는 민영·강은교·김준태·곽재구·김경미·나희덕·박후기 등 시인 66명이 그해 6월에, 혹은 올 6월에 쓴 시들이 묶였다. 시인들은 한결같이 그해 6월이 지나가거나 완결된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한다.
“아직은 부르쥔 주먹을 풀 때가 아니다/ 온몸을 흔들어 거절하자/ 봄날의 노곤한 졸음 속으로/ 무더위 길고 긴 장마는 스며드는 것/ 더는 헛되이 기다리지 말자 벗들/ (…)// 아직은 기를 내릴 때가 아닌데/ 아직은 얼싸안고 울 때가 아닌데/ 어디에 있는가 벗들/ 그 빛나던 눈빛”(김사인 〈어디에 있는가〉 부분)
“나는 그때 만삭이었다// 남편이 어깨에 민들레 같은 최루탄 흉터를 만들어왔다// 그곳에서 봄 다음의 여름 같은 아이가 나왔다// 이름이 새벽이었다// 그후 해마다 아내는 넝쿨장미꽃 피는 유월에/ 새벽이를 낳을 준비를 한다”(김경미 〈이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전문)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은 조정환·정남영·서창현·김미정씨 등 평론가 아홉 사람의 합동 평론집이다. 민중이 사라진 시대를 온몸으로 고민하다 간 박영근의 시 세계를 탐구한 조정환씨의 표제 평론을 비롯해 이인성·박민규·이명랑·배수아·한유주 등의 작품을 논한 글들이 묶였다. 제목이 주는 선입견과 달리 21세기 우리 사회의 핵심을 ‘민중에서 다중으로의 변모’에서 찾고 오히려 종언 이후에 새로운 감각, 감수성, 상상력, 새로운 사유들로 무장한 문학이 아래로부터 움 터 오고 있다(13쪽)고 주장한다. 최재봉 기자

![<font color="#FF4000">[단독]</font>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06103678_20251205502464.webp)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205/53_17649329847862_20251205502464.webp)

![‘권성동 1억원 사진’ 위법 수집? ‘위수증’ 주장이 그를 구할까? [뉴스AS]](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205/53_17648942626518_20251205500463.webp)




![사과 없는 내란 1주년의 비극 [세상읽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205/53_17648870534814_20251205500093.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