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문화로서 열려 있어서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과 포용력이 크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으로 참여하는 대만(타이완) 작가들의 책을 가장 많이 펴낸 섬드레출판사의 신순항 대표는 대만 문화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자유를 중요하게 여겨서, 출판인들의 ‘출판의 자유’에 관한 결의가 높고, 계엄 시기(1949년~1987년)를 겪지 않은 세대에서도 이 역사를 끊임없이 환기하고 공유한다. 젊은 출판인 콤마북스의 천샤민은 “다양한 출판물을 통해 세계에 표현의 자유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출판의 중요한 활동으로 꼽았다. 계엄을 다룬 ‘옛날옛날 기차가 작은 섬에 왔어요’를 그린 황이원은 올해 31살의 젊은 작가다. 띠지의 평화로운 할아버지가 띠지를 벗기면 기차 앞에서 울부짖는 아이의 모습으로 바뀌어 비극의 현재성을 환기시킨다.
인구 2390만명에 출판 규모는 512억 대만달러(2조2272억원, 단행본·잡지 합계, 2023년)로 신기할 정도로 한국과 규모가 비례(인구 5170만명, 4조9336억원)하는 대만은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누기에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좋은 파트너다. 올해 대만은 역대 최대 규모의 참가단이 한국에 온다. 85개 이상 출판사에서 23명의 대만 작가가 참여해, 강연·포럼·워크숍 등 60여개 이벤트를 펼친다. 출판업계 관계자도 3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대만 콘텐츠진흥원(TAICCA) 앨리스 장(張文櫻, 장원잉)에게 대만의 출판문화에 관해 이메일 인터뷰했다.
―이번 주제가 ‘대만감성’이다.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대만감성은 대만 특유의 따뜻함, 개방성 그리고 독특한 문화적 매력을 담아낸다. ‘읽는 즐거움’을 중심에 두고, 문학,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대만의 땅과 여행, 음식과 오락, 그리고 대만과 한국의 맞닿은 역사 등 6가지 주제로 대만을 조명한다. 주빈국으로서 대만의 참여는 단순한 전시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문화적 유대와 교류를 축하하고 한층 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만의 천쓰홍과 천쉐 등 작가는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성소수자 문학 등 문화 다양성이 돋보인다.
“1980~90년대 이후로 대만에서는 성소수자 운동이 점차 활발해지면서 문학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초창기 작가로는 추이먀오진(邱妙津) 등이 대표적이며, 많은 성소수자 작가들이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이후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층 더 성숙해지면서, 성소수자 문학 역시 더욱 활발하고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다. 다채롭고 활기찬 문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대만은 창작자들이 기존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콘텐츠를 자유롭게 시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어린이책 작가가 많이 한국에 온다. 대만 그림책은 색깔 톤이 밝고 정열적이며 실험 정신이 가미된 작품이 많다.
“대만의 아동문학 작가들은 국제 사회와의 교류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매년 여러 대만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전시에 선정되고 있으며, 권위 있는 라가치상을 수상한 작품들도 많습니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창여우위, 천즈위안, 쉬궁리우 세명의 대만 작가가 202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후보에 올랐다. 무엇보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는 대만 아동문학 작가들도 주목할 만하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