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2년 만에 두 번째 신간(소설집 ‘개구리 남자’)을 펴낸 작가 김종옥(51). 그는 2일 한겨레에 “부단히 시도하고 있으나 실패한 작품들이 있었다. 그중 장편소설 속 한 꼭지가 이번 단편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장편을 독자들이 볼 기회가 오겠느냐’는 질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등단 12년 만에 두 번째 신간(소설집 ‘개구리 남자’)을 펴낸 작가 김종옥(51). 그는 2일 한겨레에 “부단히 시도하고 있으나 실패한 작품들이 있었다. 그중 장편소설 속 한 꼭지가 이번 단편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장편을 독자들이 볼 기회가 오겠느냐’는 질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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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남자 
김종옥 지음 l 문학과지성사 l 1만8000원

아홉 편의 작품이 엮여 두툼한 ‘개구리 남자’는 소설가 김종옥(51)이 9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단편집이다. 2012년 등단 이래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2015)과 함께 소설집 두 권이 지금껏 그가 내놓은 작품 전부다. 등단 때 나이 서른아홉은 비교적 많았고, 지난 12년 치 단행본 두 권은 아무렴 적다. 김종옥이 자아내는 호기심이고, 이 호기심은 그의 소설로서 극대화한다.

같은 해 등단한 동년배 소설가 김솔과 함께 대표적 ‘스타일리스트’ 남성 작가로 꼽아볼 만한데, 소설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리란 점 먼저 예비해둔다. 보이는 대로만의 활자 너머, 말하자면 ‘활자의 우물’ 바깥을 독자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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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품 중 가장 최근치로 지난해 소개된 ‘불타는 아이’를 첫손에 꼽아본다. 고등학교 같은 반, 원조교제(“파파카츠”)를 하는 수진과 수진을 좋아하는 진환. 진환에게 수진은 각인된 지 오래다. 어렸을 때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경기하고 인터뷰하던 수진, 티브이(TV)를 통해 본 그 수진이 진환이 연모하는 수진이다.

수진은 부유한 집안인 듯한데 피겨 유망주에서 원조교제 여고생이 되기까지의 이유나 구체적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빙판 위 아름다운 착지라는 유년의 목표가 좌절된 탓일까. 글쎄, 원조교제는 그들 ‘부유 세계’에선 흔한 일처럼 그려질 뿐이다. 수진과 조건만남 중인 ‘파파’로 불리는 남성 역시 부유한 자인데 자신의 아이가 죽었고 이제 자신이 말기암인 처지로 무력감을 엿보일 뿐, 아이가 어쩌다 죽었는지, 아버지의 못다 한 책임은 무엇인지 따위는 드러나지 않는다. 상실은 보이지만 상실감은 보이지 않는 사태가 곱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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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환은 이 둘에 견줘 가난한 동네에 산다. 수진을 흠모해 결결이 미행하고 수진과 상상 속 대화를 나눈다. “잘 생긴” 학폭 가해자 윤기의 시야에 포착되어 압착되고, 결국 ‘내일’은 돈을 갈취당할지 모를 사정이 수진과의 최근 대화 꼭지다. 진환은 유일한 낙이자 꿈을 꾸는 행위와 다름없을 미행 중에 수진의 원조교제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하는 진환을 수진 또한 주시해왔고, 심지어 기다린다는 점.

이제 독자들은 진환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돈 없다던 진환을 향해 “내일은 5백원이 있을 것 같다”며 조여온 윤기에게 이윽고 돈을 뺏길 것인가, 수진과 함께 만나게 된 ‘파파’의 자신을 죽여달라는 건조한 제안을 수용할 것인가, 수진과 마침내 사랑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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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옥의 여러 소설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은 바로 ‘본다’는 행위 자체라 해도 무방하겠다. 승강기 속 한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닌 듯 노골화한 남자의 시선을 세세히 좇는 단편 ‘엘리베이터’나 가출 여고생에 대한 조사 녹화 영상을 집에 가져와 보는 형사(‘골프백’), 학부 조교의 매력에 시선이 붙들려 분열적 심리 상태로 스토킹하는 행정 조교(‘스토킹’) 등의 이야기는 실상 그에게 젊은작가상 대상(2013)을 안겨준 등단작의 첫 문장, 즉 “남우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복도 창틀에 매달려 그 모습을 지켜본 수많은 학생 틈에 그녀도 끼어 있었다”(‘거리의 마술사’)로부터의 다양한 확장이자 ‘응시’의 변주같다.

‘보다’의 문학·예술적 의미는 실로 다양하다. 소설 ‘롤리타’에선 금기된 욕망이고 ‘위대한 개츠비’에선 절실한 열망, ‘등대로’에선 의식과 심리의 흐름이다. 이 모두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아이 엠 러브’(2009)에서 돌올하다. ‘개구리 남자’에선 더불어 ‘응시-착시-맹시’라는 김종옥의 도식이 작동 중이다. 진실은 보이지 않고, 이미 보인 것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 에스엔에스(SNS)와 밈, 쇼츠 따위 보고 보이는 것이 차고 넘치는, 하여 서로가 서로를 다 아는 듯한 그러면서 재단하기 분주한 시대, “(나에겐) 진실 외에 아무런 무기가 없”다는 진환과 곧이어 “진실은 단 한 번도 무기가 된 적이 없”다는 파파의 말인바, 진실은 욕망되지 않는 당대를 활자 넘어 은유하는 듯 말이다.

386 운동권 후일담과는 밀도도 양태도 달라, 소설도 이처럼 다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말하자면 끝물의 엑스(X)세대 운동권 연애 후일담이라는 외피를 두른 표제작 ‘개구리 남자’에서 과시형 선배에게 주인공 ‘나’가 한 말 “선배는 모른다는 말의 가치를 알아야 해요” “선배는 어떻게 개새끼가 되었어요? 이렇게”가 은유에 대한 작가의 주석일 것이다. ‘나’는 선배가 내뿌린 맥주를 뒤집어쓴다.

‘불타는 아이’에서도 ‘봄’으로서 수진을 품게 되고, ‘보임’으로서 진환은 원치 않는 ‘게임’에 반복해 휘말린다. 당초 진환과 수진 사이 “적당한 거리”에선 아무리 염탐할지언정 서로 결코 알 수 없는 사실들이 있다. 자의인지 강제인지 수진 역시 윤기의 조직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 (그 조직이 ‘파파’에게 알선했다.) 진환은 중학교 시절 “가장 친한 친구”가 실종된 범죄 사건에 연루된 적 있다는 점. 서로는 그 내막을 모른다. 작가의 몫은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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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진환의 관계도 그러해진다. 보이는 활자대로만은 진환이 실제 어떤 결정을 했는지 알기 어렵다. 파파를 죽였는가, 윤기를 죽일 건가? “진환을 담당한 형사”가 불쑥 등장할 뿐 무슨 사건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전개되었을 법한 사태는 존재하되, ‘내막’도 ‘진실’도 독자 몫이 되어버린 격이다. 이 소설이 ‘보라’는 듯 서늘해지는 경위인데, 파파의 말이 역설적이다. “만일 자네가 보지 않으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던 거야. 거꾸로 얘기하면 자네가 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일을 할 수 있었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리는 지경은, 학교폭력, 위계에 의한 성폭력, 관음 등 김종옥이 그간 여러 소설에 결부시켜온 사회적 사건이나 병리와 연결될 것이다. ‘활자의 우물’ 밖, 즉 활자화되지 않은 세계에 대한 독자의 태세가 동반되는 지점이다. 마침 우물을 나가고 싶어하는 개구리 우화가 표제작에 등장한다. 다만, 그 세계가 또 다른 허상은 아닐까.

김종옥 작가는 2일 한겨레에 “나쁘다 좋다 이야기하기 전 일어난 폭력, 폭력의 본질성이 있다”며 “다만 어떤 쾌락과 즐거움도 계속 추구하단 갇히게 된다. 즐거움도 언젠간 끝나야 더 즐거워질 수 있고, 그게 또 소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말하지 않는 책’을 김솔이, ‘보이지 않는 책’ ‘보이지 않은 활자’를 김종옥이 쓰고 독자에게 더 많이 묻고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