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시대에 지어진 성곽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출입문 땅이 충남 부여에서 발견됐다.
부여군은 국가유산청 허가를 받아 추진한 ‘부여 나성(월함지) 정비사업부지’ 시굴조사에서 백제 사비도성의 동문지(東門址)가 새롭게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에 따라 진행한 이번 조사에선 성문 위 구조물인 문루(門樓)와 두 개의 출입 통로도 모습을 드러냈다. 백제 왕도의 출입 체계와 방어시설, 도시계획을 종합적으로 복원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부여 나성은 백제가 사비로 수도를 옮기면서 건축한 도성의 외곽성으로, 도성을 방어하고 왕도 경계를 형성한 핵심 시설이다. 부여군은 백제 시대에 연못이었던 부여읍 쌍북리 월함지의 성격과 나성 동쪽 성벽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백제문화재단과 함께 조사에 나서 이러한 성과를 냈다.
특히 이번 조사로 확인된 동문지는 폭이 약 10m에 이르는 대형이다. 그동안 발견된 삼국시대 성곽 문지는 대부분 폭이 4∼5m 내외였고, 가장 큰 사례였던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서문지도 7m 정도였다. 부여군은 향후 전면 발굴조사가 추가로 이뤄질 경우 길이가 15m 이상에 이르는 문지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비도성 동문지에서 문루를 지탱했던 것으로 보이는 나무기둥이 문지 중앙에 일렬로 세워진 흔적이 나타난 점도 이번 조사의 성과다. 출입 통로가 2개였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사람과 수레가 효율적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한 백제 왕도의 출입 체계를 보이는 사료라고 부여군은 평가했다.
조사에서 발견된 동문지 양쪽 성벽은 기반층을 단단하게 다진 뒤 지대석을 올리고 외벽은 장방형 석재를, 내부는 뒤채움석과 다짐흙을 이용해 짓는 등 백제 석축 성벽의 축조기법이 남아 있었다. 문지에선 성문을 최소 두 차례 고친 것 같은 흔적도 나왔다.
부여군은 이번 조사로 백제 사비도성 동문지의 존재와 구조를 확인하고, 이 도성의 방어체계와 도시계획을 새롭게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10m에 달한 동문지는 향후 삼국시대 성곽 연구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도 내다봤다. 부여군은 내년부터 동문지를 중심으로 한 정밀 발굴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부여군 관계자는 “국가유산청, 백제문화재단과 앞으로도 부여 나성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조사를 지속해 백제 사비도성의 실체를 규명하고 백제 왕도의 역사적 가치와 세계유산으로서의 학술적 위상을 더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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