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새 두 마리가 둥지를 틀더니 지난해 초 새끼들이 부화했어요. 날개를 쭉 펴고 내려앉는 모습을 볼라치면 아름다워 입이 쩍쩍 벌어지죠.”
21일 윤성모 서산시 팔봉면 어송리 이장은 동네의 자랑인 황새 부부를 소개했다. 어송리에 황새가 날아든 건 3~4년 전, 황새가 왔다는 소문이 나자 이웃마을 주민들이 구경을 왔다. 주민들은 황새를 보며 풍년을 기원하고 수십 년 전 황새를 쫓아다니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황새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황새 둥지가 송전탑에 있으면 황새들이 비행하다 선로에 걸려 다치는 사고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정전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한국전력은 물론 서산시, 황새를 연구하는 예산황새공원 쪽도 마찬가지였다.
황새의 안전 방안을 고심하던 이들은 지난달 서산 버드랜드의 황새 둥지용 철재 인공구조물(둥지탑)을 이 마을로 옮기는 대안을 마련했다. 서산 버드랜드는 천수만 일대에 사는 황새 부부를 위해 5곳에 인공 구조물을 세웠는데, 황새들이 이 가운데 한 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최근 부화하는 데 성공해 다른 구조물의 쓰임새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20일 서산시는 오거크레인(전봇대 설치 장비)을 이용해 높이 13m, 지름 2m 크기의 철재 인공구조물을 이 마을에 세웠다. 한국전력은 구조물 꼭대기에 어송리 황새 부부가 정성껏 지은 둥지를 올렸다. 둥지에 있던 황새 알 4개는 예산황새공원 부화실로 옮겼다. 황새들이 인공둥지탑에 거주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 따른 긴급 조처다.
김수경 예산황새공원 야생복귀연구팀장은 “황새들이 품어 부화시킨 새끼들이 있는 둥지를 통째로 옮기면 부모 황새가 이동한 둥지로 와서 거주할 확률이 높지만, 이번처럼 부화하기 전에 둥지를 옮기면 새 둥지탑으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황새들은 부화에 실패할 경우 두 번째 산란하는 특성이 있다. 이들이 재산란 장소로 새 둥지탑을 선택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송리 황새의 수컷은 2021년 아산 도고저수지 인근 야생에서 태어난 ‘도고’, 서산 버드랜드의 암컷은 2009년 한국교원대에서 태어나 2022년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된 ‘하늘’이다. 도고의 짝은 족보를 밝히는 유전자 검사를 할 예정이고, 하늘이의 짝은 해외에서 날아든 야생 개체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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