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록은 사슴과 가운데 유일하게 암컷도 뿔을 지닌 동물이다. 그동안 생물학자들은 수컷의 이차 성징인 뿔이 암컷에게서 자라나는 이유를 궁금해 했는데, 최근 어미 순록이 새끼를 낳은 뒤 자신이 떨군 뿔을 갉아먹어 미네랄을 보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슈아 밀러 미국 신시내티대 부교수와 연구진은 “북극 야생동물보호구역 번식지에서 순록 및 야생동물들의 뿔과 뼈에 남겨진 흔적을 분석한 결과, 암컷 순록이 번식과 이동으로 인한 영양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떨어뜨린 뿔을 씹어 칼슘과 인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담은 논문은 지난 24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생태학과 진화’에 실렸다.
연구진은 순록의 이동과 계절별 서식지 이용, 번식지를 알아보기 위해 2010~2018년 북극 야생동물보호구역 해안 평원에서 뿔과 뼈 표본을 수집했다. 이곳은 한해 약 2400㎞를 이동하는 포큐파인순록 무리가 알래스카 내륙과 캐나다 유콘지역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번식을 위해 찾는 곳이다. 연구진은 이곳에서 순록의 뿔 1567개와 순록·말코손바닥사슴·사향소의 골격 224개를 확보했다. 표본 수집은 8년간 이뤄졌지만, 차갑고 건조한 북극 툰드라 기후 덕에 수백 년 전 뿔도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고 한다.

수집된 뿔과 뼈에 남은 이빨 자국을 분석한 결과, 뿔을 주로 갉아먹은 범인은 순록이었다. 뿔 1567개 가운데 86%에서 갉아먹은 흔적이 발견됐는데, 그 가운데 99%는 순록에 의한 것이었다. 밀러 부교수는 “동물들이 순록 뿔을 갉아먹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 설치류일 거라 여겨왔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분석 결과, 설치류 치아 흔적이 남은 뿔은 4% 미만이었고, 육식동물이 갉아먹은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동물의 치아 흔적이 남은 순록·말코손바닥사슴·사향소의 골격 뼈 가운데 40%(91개)에서는 늑대·곰 같은 포식자들의 치아 흔적이 발견됐다. 육식동물은 뿔보다는 지방 및 연한 조직이 남아있는 죽은 동물의 뼈를 선호했을 거라 연구진은 추정했다. 동물 뼈에서 나온 순록의 흔적은 5%, 설치류는 0.4% 수준이었다.

통상 암컷 순록이 다른 순록을 밀어내 더 좋은 풀을 차지하거나 포식자를 막기 위해 뿔을 사용 것은 보고됐지만, 이처럼 떨어진 뿔에서 영양을 보충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포큐파인순록 암컷들은 새끼를 낳은 지 며칠 만에 집단으로 뿔을 떨어뜨린다. 연구진은 표본이 수집된 지역이 암컷들의 주된 번식지로 이 시기 이곳에 서식하는 순록 대다수는 출산을 앞뒀거나 마친 암컷들이란 점에서 뿔을 갉아먹는 것이 대개 암컷일 거라 추정했다. 과거 연구에서는 분만 기간 암컷 순록이 자신이 떨어뜨린 뿔을 소비하는 모습이 직접 관찰되기도 했다.
밀러 부교수는 “암컷들은 영양이 가장 필요로하는 시기와 장소에 맞춰 이용 가능한 ‘영양 보조제’를 직접 운반하는 셈”이라며 “이 뿔들은 북극에서 수 세기 동안 이용된 영양 공급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포큐파인순록은 북미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포유류 무리 중 하나다.
초식동물이 뼈를 갉아먹는다는 점이 낯설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포유류가 뼈를 갉아먹거나 점토·소금을 먹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한다고 한다. 예컨대 기린은 인과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동물의 뼈를 물고 씹고, 코끼리는 동굴의 암벽을 갉아먹어 미네랄을 보충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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