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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캣타워 ‘면줄 감기’에 있었네

등록 :2021-01-05 11:14수정 :2021-01-05 13:53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올해는 모두가 코로나 19로 힘들었지만, 내년에는 웃을 일이 많기를 소원한다.
올해는 모두가 코로나 19로 힘들었지만, 내년에는 웃을 일이 많기를 소원한다.

히끄가 고양이가 아닌 어린이였다면 크리스마스 때 산타에게 무슨 소원을 말하고 선물을 원했을까? 트릿과 스틱이 가득한 간식 상자였을 것 같지만, 현실은 동물병원에서의 혈액 검사였다. 피를 뽑느라 스틱을 두 개나 얻어먹었으므로 소원의 반은 이루어진 거나 마찬가지다.

어디가 특별히 아파서 간 건 아니었다. 히끄는 1년에 한두 번 혈액검사로 건강검진을 하는데, 피를 뽑는 김에(?) 항체검사까지 한 것이다. 다행히 항체가 있어서 예방접종은 하지 않았다. 히끄가 예방접종 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뒤부터는 항상 항체검사를 먼저 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히끄의 나이도 적었는데, 추정 나이이긴 하지만 벌써 7살이 되었다. 고양이 평균 나이가 15살이라고 한다면 히끄도 중년인 셈이다. 지금도 히끄와 지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더욱 그래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히끄의 나이와 달리 내 나이를 물어보면 몇 살인지 바로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다. 관공서에 가서 서명하기 전에 날짜를 적을 때면 올 해가 몇 년도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나이를 말하고 나면, 벌써 내가 이렇게나 나이를 먹었구나 싶다.

히끄가 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트릿이 가득한 냉장고가 아닐까?
히끄가 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트릿이 가득한 냉장고가 아닐까?

나이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숨만 쉬면 먹는다. 몇년 뒤 맞이하게 될 나의 마흔, 히끄의 노령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요즘 들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분명 행복하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하게 된다.

히끄에게 가끔 우스갯소리로 “아부지가 아직 성공은 못한 것 같아. 조금만 더 기다려준다면 성공해서 호강시켜줄게.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데, 그럴 때면 히끄는 ‘그런 거 필요 없다냥. 트릿이나 배부르게 먹게 해주라냥!’ 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 혼자였다면 무계획으로 어떻게든 살았을 테지만, 지금은 엄연한 1인 1묘 가족의 가장으로서 히끄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히끄의 임보를 시작했던 6년 전, 무엇보다 히끄에게 행복하고 쾌적한 환경을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마음에서 함께 살게 됐다. 그 어떤 집사보다 더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었다. 아직도 히끄에 대해서 알아가며 반려인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히끄의 행복이다.

너덜너덜해진 캣타워 면줄을 감으면서 행복과 성공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아부지가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고양이.
너덜너덜해진 캣타워 면줄을 감으면서 행복과 성공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아부지가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고양이.

히끄는 캣타워에 올라가기 전에 면줄에 발톱을 ‘긁긁’하는 걸 좋아한다. 연말에 여러 일정이 있어 바쁘다는 핑계로 캣타워에 감아놓은 면줄 교체를 미뤘더니 너덜너덜해진 면줄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바쁜 일이 끝나고 새 면줄을 감으며 반성했다. ‘히끄가 내게 원하는 건 커다란 게 아니라 이런 사소한 걸 텐데 이걸 안 해주고 있었네.’

다른 일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히끄와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유지하는 것인데 말이다. 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반추하고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곤 한다. 더불어 새로 맞는 2021년, 히끄와 내 앞에는 어떤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더욱 기대된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 아부지·<히끄네 집> 저자

※ 지난 3년 여 간 고양이 히끄와의 제주 반려생활을 전했던 ‘히끄의 탐라생활기’가 이번 회차를 끝으로 종료됩니다. 2018년 3월부터 매달 길고양이 히끄의 묘생역전과 책임있는 반려인의 자세를 나눠준 히끄·이신아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히끄의 탐라생활기’는 앞으로 비정기 연재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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