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수입 협상 비판여론을 통제하고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수입 협상 비판여론을 통제하고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보수단체 근거 부실한 자료로 KBS감사불리한 보도땐 청와대 직접전화 “삭제”보수언론엔 신문·방송 겸영허용 등 ‘당근’

새 정부의 언론통제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 한복판에는 공영방송 <한국방송>이 있다. 지난 21일 한국방송 감사에 착수하기로 한 감사원의 결정은 이 정부 언론정책의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감사원이 감사 결정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누적 적자 결손 항목을 뜯어 보면 감사원의 판단이 정당성을 주장하기 힘들다는 점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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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근거의 핵심 내용인 ‘5년간 1500억원 적자’는 아예 셈법부터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방송 쪽이 밝힌 정연주 사장 재임기간인 2003~2007년 결산손익을 보면, 오히려 189억원 흑자다. 그러나 국민감사를 청구한 뉴라이트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누적적자 계산 기준을 2004~2008년으로 잡았다. 정 사장은 2003년 5월 취임했으니 288억 흑자가 난 2003년은 정 사장의 성과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감사를 청구한 보수단체 쪽은 또 흑자가 난 해인 2005년(576억원) 2006년(242억원) 벌어들인 돈을 빼버리고 적자가 난 해의 액수만 합하는 방식으로 적자액을 계산했다. 아울러 아직 결산도 되지 않은 2008년 439억 적자 예산 편성분까지 포함시켜 1488억원 적자로 계산했다.

정성진 <한국방송> 예산팀장은 이와 관련해 “올초 정 사장 퇴진을 주장하는 공정방송 노조에서 (1500억원 적자액을) 산정해 언론에 유포하면서 사실과 다르게 오도됐다”며 “흑자난 해는 쏙 빼고 적자난 해만 계산해 엉터리로 끼워맞춘 액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공정방송 노조 쪽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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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권력기관이 언론통제에 나선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땅투기 의혹을 취재한 <국민일보>에 전화를 걸어 편집국장에게 “기사를 빼주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곽경수 청와대 언론2비서관은 손관수 전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에게 “케이비에스 사장은 김아무개씨로 가야 한다”고 정연주 사장 후임자를 공공연히 거론했다. 김아무개씨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방송전략실장이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한국방송 감사는 보수단체들이 국민감사를 청구한 지 6일 만에 전격 결정됐고, 포털 ‘다음’ 세무조사도 다음이 ‘촛불집회’의 발원지 구실을 한 ‘아고라’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비이락’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며 “경제 공권력 발동은 파장이 큰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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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는 또 방송사와 언론 유관단체에 대한 인사권 장악도 시도하고 있다. <한국방송>을 비롯해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 <아리랑티브이> 등 방송사와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언론재단 등이 먼저 ‘표적’이 됐다.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인사들의 내정설이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공권력이 동원돼 언론을 통제하고 인사권을 장악하려는 행태가 5공 언론상황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불리한 기사나 프로그램에 대해 청와대 쪽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삭제를 요청하는 등 비판언론 대응방식도 5~6공 때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 시절까지는 언론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전화를 거는 일이 간혹 있었지만 참여정부부터 이를 완전히 근절했다”며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압력’과 ‘흥정’을 통해 언론을 우군화하려는 과거 5~6공 시절의 행태를 다시 닮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것도 5공시절을 닮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프레스 프렌들리’를 대언론 구호로 내걸고 신문·방송 겸영 허용, 신문고시 재개정 등 ‘당근’으로 보수언론을 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이 정부는 조·중·동 같은 우호매체와는 유착관계를 맺고 나머지 매체는 통제의 채찍을 높이 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규찬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교수)은 “정부는 ‘시장 중심의 자율경쟁’이라면서 ‘5공 청산’을 외치는데, 대중들은 ‘5공 회귀’라고 비난하는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다”며 “이런 모순은 정부가 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인 주류 매체만 통제하면 언론을 장악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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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권귀순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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