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이후 한국 다큐 사진의 역사에서 사진가 주명덕(66)씨의 존재는 끌차와도 같다.

20대 시절 전쟁 산물인 혼혈아들의 삶을 담은 66년 <홀트씨 고아원> 전시는 기록사진, 예술사진의 관성에 머물렀던 한국 사진계에 본격 다큐 사진의 물꼬를 터주었다. 차이나 타운, 전쟁고아 등을 담은 70년대 초 ‘한국의 이방’, 70년대 후반부터 펼친 국토 사찰 기행 등으로 이어진 주씨의 발자취들은 모두 우리 사진사의 시기를 가르는 문턱이 되었다.

현장 르포 사진에 지금도 탐닉중인 그의 회고전 ‘주명덕: A Retrospective’(10월31일까지)가 경주 선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700여평의 전시장에 출품작만 600장을 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60년대 초 현대사진연구회 가입한 전후의 습작, <홀트씨 고아원>을 비롯한 60~70년대 다큐 작업, 90년대 이후 본격화한 대도시 풍경 연작까지 모든 작업들이 연대순으로 정리됐다. 초기 전시 팜플렛과 출판물, 신문기사, 습작 앨범 등의 자료들도 총망라되었다.

전시는 다큐사진, 인물·헌정사진, 도시·자연 풍경 등으로 나뉘어진다. 사회적 화제를 낳은 ‘홀트씨 고아원’(1966)을 비롯해 잡지에 연재했던 포토에세이 ‘한국의 이방(異邦)’ 사회학자 이효재씨와 공동기획한 ‘한국의 가족’ 시리즈, ‘한국의 장승’ ‘절 문창살 무늬’ 등의 전통풍경 시리즈 등이 나왔다. ‘검은 풍경’으로 명명한, 80년대말 이후의 설악산, 제주도 등의 어두운 자연 풍경, 그리고 최근 시작한 서울의 역사성 장소성을 부각시킨 도시풍경 연작들도 나왔다. 또다른 특기인 인물 사진들도 볼거리인데, 해인사 작업 당시의 성철스님, 시인 서정주ㆍ김지하, 소설가 김동리, 배우 오수미, 김혜자ㆍ고두심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2004년 ‘도회풍경’전 이후 일일이 작품들을 고르며 전시준비에 진력한 작가는 지난 4월 쓰러져 심혈관 수술을 받기도 했다. 월요일 휴관. (054)745-7075.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