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5월부터 상설 전시와 어린이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했는데도, 그 뒤 12월까지 두 전시장의 관람객이 2007년보다 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미국인과 일본인 등 주요 외국인 관람객도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돼,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가 1일 입수한 국립중앙박물관과 11개 지방 국립박물관의 ‘2008년도 관람객 현황 및 동향 분석 보고’를 보면, 중앙박물관의 전체 전시 관람인원은 195만247명으로 2007년(215만5314명)보다 9.5%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시 항목별로 상설 전시 및 어린이 박물관은 지난해 관람객 수가 165만147명으로 2007년(182만3796명)보다 9.6% 줄었다. 무료화 이전인 지난해 1~4월에는 47만5901명이 입장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2%(13만7435명)가 줄었고, 특히 무료화 이후인 5~12월에도 관람객 수는 117만4246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견줘 3%(3만6214명)가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상설 전시와 어린이 박물관 관람객은 지난해 전체 전시 관람객의 85%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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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료를 포함한 기획특별전의 관람 인원(34만8424명)도 전년(44만8524명)보다 22% 격감했다. 예컨대, 박물관이 이란과 공동 기획한 페르시아 특별전(지난해 4~8월)의 경우 27만4698명(하루 평균 2389명)이 관람해, 2007년 1~3월 루브르 특별전의 33만1518명(하루 평균 4984명)보다 5만명 이상 떨어졌다. 반면 박물관 교육·행사에 참여한 관객 수(33만3178명)는 전년(12만6386명)보다 164%나 늘었다.

전시 관객이 이처럼 줄어듦에 따라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체 관람인원(228만3425명)은 전년(228만1700명)에 견줘 0.1 %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지방 11개 국립박물관의 전체 관람인원과 전시 관람인원이 전년에 비해 각각 16.7%, 12.7% 늘어난 것과도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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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이 역점을 기울여 온 외국인 관람객 끌기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앙박물관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모두 9만4766명(전체 관람객의 4.2%)으로 2007년보다 1.2% 늘어났으나, 핵심인 영어권과 일어권 관람객들은 오히려 각각 11.1%, 11.2% 줄어들었다. 가장 비중이 큰 일본인 관람객의 경우, 무료 개방 뒤에도 8.3%나 감소했다.

2006년부터 매주 수, 토요일 저녁 6~9시에 시행하고 있는 야간 개장 관람객은 지난해 3만2184명으로 하루 평균 307명꼴이었고, 가장 적을 때는 하루 48명만 관람한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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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낸 박물관 고객지원팀은 ‘분석 내용 및 결과’를 통해 “지난해 전시 관람인원이 감소한 것은 신축 이전 개관 2년이 지나 개관 특수가 사라진데다, 2007년 루브르 특별전 같은 초대형 전시의 관객 동원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관객의 감소 흐름이 무료화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박물관 100주년 기념사업도 올해 대대적으로 벌이는 만큼 전시의 대중적 눈높이나 기획의 질 등을 좀더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