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드민턴 여자 단식 정상에 선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터트린 작심 발언은 선수 관리 시스템을 향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였다.
안세영은 6일 저녁(현지시각)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단 소통에 대해 언젠가는 이야기 드리고 싶었는데, (자신의 발언이) 자극적인 기사들로 재생산되는 부분이 안타깝다”며 결승 뒤 쏟아냈던 발언의 진의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작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무릎 인대 부상과 관련해 배드민턴협회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고자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과 함께 가기 힘들다”고 말했는데,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하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안세영은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 드리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달라. 제 이야기에 한번은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설명했다.
안세영은 이날 오전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꺾고 정상에 올랐지만, 우승의 기쁨을 표현하기보단 배드민턴협회의 불통과 선수 관리 시스템을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협회는 모든 것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하고 있다.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 이룰 수 있는데 금메달이 하나 밖에 안 나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일갈했다.

안세영이 협회의 선수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릎 부상이었다. 당초 2∼5주 정도 짧은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다른 병원에서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고 올림픽까지 최대한 유지해서 통증에 적응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은 것이다. 안세영은 이후 전담 트레이너와 함께 재활에 힘쓰며 통증을 안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부상 관리를 넘어 단식과 복식을 나누는 등 체계적인 훈련 방식이 돼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르고 다른 체제에서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뉘어야 하고 훈련 방식도 각각 체계적으로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식 선수들은 개개인 스타일이 다른데 그걸 한 방향으로만 가려고 하니까 어려움이 많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여자 단식의 ‘빅4’로 불리는 국제 대회 경쟁자들과의 지원에도 격차가 있었다. 안세영은 “타이추잉(대만)은 트레이너 2명, 코치 1명을 데리고 다니고 천위페이(중국)도 이번에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배드민턴협회의 일방적인 의사결정도 비판했다. 그는 “제가 프랑스오픈과 덴마크오픈을 못 나간 적이 있었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 없었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며 “협회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은 채 (명단에서) 뺀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에서 안세영의 금메달을 포함해 혼합 복식(김원호-정나은 짝)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안세영의 폭로로 선수 관리 방식과 불통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안세영은 6일 오전(현지시각)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예정된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도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협회 관계자들은 일련의 상황을 놓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이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