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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한국시각)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당겨 온 다음날 안바울의 손. 안바울 제공
지난 3일(한국시각)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당겨 온 다음날 안바울의 손. 안바울 제공

‘30분 혈투’ 다음날 그의 손은 마디마디가 부풀어 있었다. 매트 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손가락뼈는 수십번도 더 바닥에 부딪혔고, 상대 선수를 넘어뜨리려 안간힘을 쓰느라 손가락은 늘 긴장 상태였다. 지난 3일(한국시각)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 한국팀 동메달을 당겨 온 남자부 66㎏ 안바울의 손이다. 안바울은 유도를 시작한 이후 “손가락뼈 있는 부분이 부풀어 올라 타원형으로 굳었다”고 했다. 손톱도 검게 변했다.

단 4분을 위해 버틴 4년의 세월은 유도 선수들의 ‘울퉁불퉁한 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루에도 수천번 옷깃을 붙들고, 훈련장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면서 손가락은 휘어지고 거칠어졌다. 81㎏ 이준환은 손가락이 일자로 펴지지 않고, 90㎏ 한주엽은 손가락이 붙지 않고 마디마디가 틀어졌다. 은메달(개인전)과 동메달(혼성단체전)을 목에 건 100㎏ 이상 김민종은 “오른손 약지(약손가락) 인대가 끊어져 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유도 대표팀 맏형 60㎏ 김원진은 엄지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는다. “중지·약지·새끼손가락 인대는 다 끊어져 있죠.”

유도 김민종의 손. 김민종 제공
유도 김민종의 손. 김민종 제공
유도 한주엽의 손. 한주엽 제공
유도 한주엽의 손. 한주엽 제공
유도 김원진의 손. 김원진 제공
유도 김원진의 손. 김원진 제공
유도 이준환의 손. 이준환 제공
유도 이준환의 손. 이준환 제공

그런데도 “아프지 않으냐”고 물으니 모두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이제 은퇴하니 더는 다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김원진의 말에서 지난 세월의 고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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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과 맞바꾼 상처는 선수의 숙명이다. 펜싱 사브르 2관왕 환호 뒤엔 몸의 균형을 바로잡는 투혼이 있었다. 오상욱은 좌우 몸의 비율이 다르다. 한쪽 팔과 다리를 앞으로 뻗는 펜싱 특성상 오른쪽 팔다리가 왼쪽에 견줘 갑절 가까이 두껍다. 한쪽만 두꺼워지다 보니 몸의 균형이 틀어지기 일쑤였다. 오상욱은 펜싱 훈련이 끝나면 강도 높은 보강 운동을 따로 했다고 한다.

펜싱 오상욱이 2021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두 팔을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방송 화면 갈무리
펜싱 오상욱이 2021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두 팔을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방송 화면 갈무리

양궁 3관왕 임시현은 입술 아래 활시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활시위를 힘껏 당겨 코와 입에 바짝 붙여야 해서다. 양궁 대표팀은 하루 평균 400~500발씩 화살을 쐈다. 활시위가 반복해서 얼굴에 닿으면서 상처가 생겼고 착색됐다. 그는 상처 부위가 아파서 파리올림픽 내내 반창고를 붙이고 경기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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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임시현은 입술 아래 활시위 모양으로 상처가 생겨 반창고를 붙이고 경기에 임했다. 파리/연합뉴스
양궁 임시현은 입술 아래 활시위 모양으로 상처가 생겨 반창고를 붙이고 경기에 임했다. 파리/연합뉴스

고된 훈련과 상처를 맞바꿔도 4년에 한번 열리는 올림픽에서 영광의 순간을 만나지 못할 수 있다. “오늘의 기쁨은 과거”라는 양궁 김우진의 말처럼, 선수들은 파리올림픽이 끝나면 또다시 훈련장에 서야 한다. 하루에도 수천번 메쳐지고, 수백발을 쏠 것이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상처는 얼마나 더 깊어져 있을까? ‘영광의 상처’는 그들이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온 증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