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낚시는 원래 혼자 하는 거다.” 한 중견 루어낚시인의 의미심장한 말에 자신감을 얻었다. 금속·플라스틱 소재 가짜 미끼를 쓰는 루어낚시에 입문할 생각이었다. 떡밥이나 지렁이, 구더기 등을 매달아 여러 낚싯대를 동시에 운용하는 붕어 낚시에 견줘 장비가 단출하고 채비(미끼, 바늘, 봉돌)가 깔끔하다고 했다. 가만히 앉아 찌를 바라보는 대신 얕은 물속을 걸어 다니며 물고기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는 역동성도 맘에 들었다. 그 활동반경 때문에 루어낚시인들은 충분한 거리 두기를 기본 예의로 여긴다. 고작 쇳조각(가짜 미끼) 하나로 물고기를 낚을 수 있을까? 나는 여름철 계곡에서 피라미나 한두 마리 잡은 적이 있을 뿐, 낚싯줄도 제대로 묶어본 적 없는 낚시 초보다. 첫 출조를 준비하며 막막할 때마다 되뇌었다. ‘낚시는 원래 혼자 하는 거야.’

첫 도전 목표는 국내 토종 민물고기 꺽지로 정했다. 초보 낚시인에겐 꺽지 잡기가 수월할 거라고 했다. 국내 전통적인 민물 루어낚시 어종은 ‘강의 표범’으로 불리는 쏘가리, 대표적인 인기 어종은 배스다. 꺽지는 강 상류 1~2급수 맑은 물에 서식한다. 어차피 얼마 낚지도 못할 바엔 맑은 바람이나 쐬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각종 현지 정보를 얻으려고 꺽지 낚시인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인사말을 남겼다. ‘루어낚시, 그 거대한 세계에 발을 담가 봅니다.’
지난 14일, 전남 구례군으로 향했다. 이미 강원 홍천이나 경기 가평에서도 꺽지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다 해도 수온이 높을수록 꺽지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에서 차로 4시간 거리 섬진강 모처를 포인트(낚시터)로 삼는 ‘초강수’를 둔 까닭이다. 현지 마을 주민은 “여기선 쏘가리, 꺽지, 황어, 참게, 동자개, 메기, 장어, 자라가 잡힌다”고 말했다. 강변은 크고 작은 돌투성이였다. 섬진강 물줄기가 곡선을 그리며 흰 강변을 돌아 나갔다. 가깝고 얕은 물은 바닥까지 투명했고 멀리 갈수록 짙은 청록색을 띠었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앞산은 듬성듬성 연둣빛으로 물들었다. 산은 개구쟁이 아이가 작은 이를 드러내고 웃는 얼굴로 봄을 알린다. 섬진강의 봄은 늘 그대로다. 한낮 섭씨 21도까지 오른 봄날,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과 물소리는 여유로웠다. 강 한복판에서 루어낚시를 하는 두 남성이 눈에 띄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300m 정도, 모두 여울치는 곳에 자리했다. 전형적인 쏘가리 출몰 지역이다. 쏘가리에 관심 없는 난 딱 그 중간쯤 자리 잡았다.

난 꺽지를 낚으러 왔다. 꺽지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완만하며 작은 바위와 돌이 박힌 물속에 산다. 물살이 세면 유속 영향이 적은 바위 뒤쪽을 노려야 한다. 먼저 루어를 골랐다. 지그헤드(봉돌과 연결된 바늘·1/16온스)에 갈색 그럽(연질 유충 모형·2인치)을 끼운 ‘지그헤드 리그’ 루어를 써 보기로 했다. 책을 보며 루어 고리에 ‘꽈배기 묶음법’으로 낚싯줄을 이었다. 웨이더(방수 장화옷)를 준비하지 못한 탓에 무릎까지 잠길 정도로만 강에 들어갔다. 이어 루어를 던지고 감길 반복했다. 릴을 감으며 물속 루어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루어가 물속 바닥 돌을 긁듯이 움직이면 꺽지가 루어를 쫓는다. 릴을 조금 빨리 감았다가 천천히 감으며 꺽지를 감질나게 했다. 그러다가 입질이 오자 휙! 루어가 돌에 걸린 모양이다. 캐스팅(낚싯대로 미끼 던지는 행위) 세 번 만에 줄이 끊어졌다. 초보 낚시인에게 가장 큰 고역은 ‘줄 묶기’다. 이왕 입문하기로 한 거 아무렇게나 묶을 순 없었다. 다시 쪼그려 앉아, 붉은색 ‘지그헤드 리그’ 루어로 바꿔 달았다. 캐스팅 열 차례, 물속에선 아무 반응이 없다.

스피너(물살에 따라 금속판이 회전하며 물고기를 자극하는 루어)로 바꿔 달았다. ‘루어가 돌에 걸리는 걸 두려워 말자’고 속으로 다짐했다. 꺽지는 물속 바닥 가까이서 루어를 공격하지 않는가. 물이 잔잔해지는 순간 힘껏 캐스팅했다. 우아한 포물선이 엉거주춤하며 상류로 뻗어 나갔다. 어찌 된 일인지 이번엔 스풀(릴에서 낚싯줄이 감기는 원형 틀)에 줄이 엉켰다. 10분간 줄을 잘라내 풀었다. 낑낑대며 줄을 풀고 묶다 보니 정신은 또렷해졌다. 오후 3시, 수온이 오를 대로 오른 시각이다.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란 생각으로 다시 캐스팅을 시작했다. 내 눈과 손이 흔들렸다. 생명체의 움직임을 느꼈다. 낚싯대 끝이 모이를 쪼는 닭의 목처럼 곤두박질을 반복했고, 그 미세한 당김을 손이 똑똑히 느꼈다. 낚싯대를 힘껏 채고 줄을 감았다. 15㎝가량 꺽지 한 마리가 멀뚱멀뚱한 눈으로 딸려왔다.

가까이서 꺽지를 본 건 처음이었다. 아가미 옆에 눈처럼 생긴 청록색 반점이 특징이다. 갈색 몸통엔 선명치 않은 검은 줄무늬가, 등엔 가시가 달렸다. 살아있는 작은 물고기와 곤충을 먹고 산다. 5~6월 산란기에 수컷이 알을 지켜 부성애 강한 물고기로 통한다. 꺽지 애호가들은 이런 꺽지를 칭송한다. 1998년 인터넷 커뮤니티 ‘한국꺽지루어클럽’을 개설한 안창호(50)씨는 “쏘가리 낚시인 동호회 활동을 하다가 꺽지가 좋아 꺽지 루어클럽을 새로 만들었다”며 “꺽지 낚시인들은 아가미 옆 반점을 태극무늬, 등에 있는 12개 정도의 가시는 1년 12달의 상징이라고 부른다. 몸통에 깨알 같은 흰색 반점이 있는 꺽지는 ‘은하수 꺽지’라고 칭한다”고 말했다. 그는 “쏘가리 낚시인들은 보통 꺽지를 잡고기 취급하지만, 꺽지는 산 좋고 물 좋은 자연에서 아기자기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루어낚시 어종”이라고 덧붙였다.
꺽지는 스피너에 잘 속았다. 30분 동안 15㎝가 안 되는 작은 꺽지 세 마리를 연달아 낚았다. 이젠 좀 여유로웠다. 캐스팅하고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천천히 릴을 감았다. 손에 힘을 빼고 촉각에만 집중했다. 가끔 멀리 물고기처럼 보이는 반짝이는 은빛 물결에 눈을 돌렸다. 다음 꺽지는 어떤 장력으로 손을 당길까 기대했다. 또 한 번의 펄떡임에 이어 금세 물고기 한 마리가 딸려왔다. 은빛이었다. 10㎝가량 길이 피라미다. “네가 거기서 왜 나와”라고 중얼거리는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어느덧 땅거미가 다가오며 대지와 강물을 노랗게 물들였다. 철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몇 번만 더 던지고 가자’고 생각했다. 줄이 잘 감기지 않았다. 또다시 돌에 걸린 것 같았다. 이내 돌이 아니라 생명체라는 걸 직감했다. 낚싯대가 휘청거리며 강을 향해 길게 휘어졌다. 묵직한 진동이 손에 전해졌다. ‘지이잉’. 낚싯줄이 역회전하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강하게 잡아당길 때 벌어지는 일이다. 세상에 나와 너(물고기)만 있는 시간, 부러질 것 같은 낚싯대를 붙잡고 끊어질 것 같은 줄을 조심조심 감았다. 수면 가까이 올라온 물고기는 맹렬히 몸부림쳤다. 약 40㎝ 금빛 물고기, 황어였다. 4월 중순 바다에서 산란을 위해 섬진강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이번엔 대놓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뜻깊은 날이었다. 기념촬영을 안 할 순 없다. 찰칵찰칵 몇 컷 남기고 돌려보냈다.

해가 지고 민박집에 돌아와서도 머릿속으로 낚싯줄 매는 ‘꽈배기 묶음법’을 복기했다. 강 한가운데서 루어를 감아올릴 때 그 기대감과 긴장감, 잡은 물고기를 다시 강으로 돌려보낼 때의 눈 맞춤, 그 모든 건 바로 그 매듭에서 시작됐으니까.
구례(전남)/김선식 기자 ks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