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협받는 기자들 어떻게 지킬 것인가’ 포럼을 열었다. 고나린 기자
17일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협받는 기자들 어떻게 지킬 것인가’ 포럼을 열었다.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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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업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표적이 되어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게 여성 기자들의 현실입니다”

최근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6년간의 소송 경험을 바탕으로 책 ‘탁월한 피해자’를 펴낸 곽아람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가 17일 말했다. 곽 기자는 이날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연 ‘위협받는 기자들 어떻게 지킬 것인가’ 포럼에서 사회적 자원이 많은 여성 기자조차 피해자가 되는 현실을 말했다.

곽 기자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일면식 없는 50대 남성에게 스토킹, 디지털성폭력,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가해자는 유튜브 채널, 블로그, 일베 게시판 등에 곽 기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을 비롯해 허위사실을 퍼뜨렸고, 수감 중에도 곽 기자에게 음란물을 그려 넣은 편지 등을 보냈다. 가해자는 곽 기자가 쓴 기사와 회사 지시로 진행한 팟캐스트 등을 통해 그를 알게 됐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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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기자에 대한 위협은 곽 기자만의 일이 아니다. 유엔 여성기구가 119개국 641명의 여성 기자 및 미디어 종사자 등을 조사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취재·보도 활동 중 온라인 폭력을 경험했고, 42%는 온라인 공격이 오프라인으로도 확대됐다고 답했다.

이는 곧 보도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포럼에 참석한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여성 기자가 조롱받고 위협받는 경험이 누적되면 자기검열이 심해지고 위험한 이슈를 깊게 파고들기 어려워진다”며 “이는 단지 기자 개인의 의욕 저하가 아니라 교제폭력, 교제살인, 혐오범죄를 사회가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허 조사관은 “여성이 더 잘 알고, 더 오래 보고, 더 많이 연결해야 할 분야일수록 오히려 여성 기자가 더 위험해지는 역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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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으로 호주 공영방송 에이비시(ABC) 사례가 제시됐다. 에이비시는 취재 전부터 기사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평가하고, 공격 발생 시 회사 차원에서 증거를 수집한 뒤 정부 기관인 이세이프티(eSafety)에 이를 연계한다. 허 입법조사관은 “국내 언론사도 사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24시간 원스톱 긴급 보고 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기자도 “취재 과정에서 범죄를 당했을 때 사내 신고 가이드라인, 2차가해 금지 가이드라인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