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공문서의 입수 및 전달 과정에 관여한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아무개(61)씨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국정원의 ‘비선’ 정보원의 존재가 드러났다. 특히 김씨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한 호텔 객실 벽에 피로 ‘국정원’이란 글씨를 쓴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국정원이 김씨를 통해 문서 조작을 한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6일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탈북자이며 국적은 중국이다. 여러 직업을 갖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을 자주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칭다오조선족기업협회 청양지회 고문’ 직함도 갖고 있다. 가족들은 국내에 머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적은 중국이지만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신분과 행적을 볼 때 국정원으로서는 활용 가치가 높은 인물일 수밖에 없다. 중국 국적이어서 북한도 오갈 수 있다. 김씨가 한국과 중국을 자주 오간 것에 비춰보면 이전부터 국정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여러가지 구실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김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정원의 협력자가 됐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김씨의 자살 시도 자체만으로 국정원·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로 법원에 제출한 중국 공문서가 위조됐다는 점은 사실상 분명해졌다. 김씨가 문서를 정상 경로로 발급받아 국정원에 건넨 것이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 김씨가 유서에서 문서 조작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에 고맙다는 뜻을 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김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검찰에서 세 차례 조사를 받으면서,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문서를 발급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김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했던 정황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들도 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첫 조사가 국정원의 협조로 이뤄졌다고 했다. 국정원으로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인물일 경우 굳이 검찰에 협조할 필요가 없는데도 선뜻 검찰 조사에 응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국정원과 김씨가 문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것처럼 진술하기로 ‘사전 조율’한 뒤 검찰 조사에 임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검찰이 객관적 증거자료를 들이밀며 추궁하자 김씨가 국정원과의 ‘약속’을 깼고, 이후 국정원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거나 국정원이 책임 소재를 자신에게 떠넘기는 데 따른 원망과 억울함을 갖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규명돼야 할 대목은 ‘문서 위조의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국정원이 김씨에게 직접 문서 위조를 부탁·지시했거나, 국정원으로부터 단순히 문서 입수를 지시받은 김씨가 스스로 위조해 국정원에 넘겼을 가능성으로 좁혀진다. 그러나 김씨의 ‘단독 범행’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국정원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씨가 입수·전달에 관여한 문서는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 이인철 영사가 번역했다면서 영사인증서를 발급받았고, 문서 전달 과정에 제3의 국정원 직원들도 관여돼 있다는 점에서 김씨 혼자 일을 벌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가 남긴 유서의 내용들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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