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화장실 문을 닫지 말라구요?”
  지난 3월5일 오후 3시30분. 오수영(39)씨가 서울 마포경찰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는 찰나 여성 수사관이 화장실 문에 발을 끼웠다. 오씨가 “‘문을 닫아야 볼일을 보죠’라고 외치자 수사관은 “열고 보세요”라고 말했다. 오씨는 “너무 당황해 휴대폰 녹음기를 갖다대며 재차 묻자 그 여경이 말을 하는 대신 ‘X년’이라고 입모양으로 욕을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모멸감과 당황스러움에 마구 소리쳤다”고 말했다.
 어찌된 일일까. 오씨는 재능교육에서 학습지 교사를 하다가 지난 2008년 해고됐다. 이후 전국학습지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사무국장으로 1500일 넘게 해고 학습지교사 복직 운동을 하고 있다. 오씨는 이와 관련해 성북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지난해 8월 4차 희망버스 출발에 앞서 행진을 하다가 도로교통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수배명령이 떨어진 사실을 알았다. 성북서 조사관들은 ‘수배’를 해결해야 지금 수사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서 성북서 경찰들과 함께 마포서로 향했다. 그러자 마포서에서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고 수배 중 체포돼 조사를 받는 것으로 조사가 시작됐다. 오씨가 조사를 받기 전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여경이 따라왔고 화장실 문을 닫지 못하게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은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62조 4호는 ‘호송관은 피호송자가 용변을 보고자 할 때에는 화장실에 같이 들어가거나 화장실 문을 열고 감시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아, 문 열어놓고 하는 게 당연하지. 게다가 우리 화장실은 그 안에 크레졸(살균소독제)도 있고 해서 문 열어놓아야 한다”며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에서 그렇게 하라고 해놓았고, 우리는 법을 지켜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62조 4호는 '호송'에 관한 규칙을 정한 조항이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에 대해 “호송규칙 62조는 호송중 유의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유치 상태에서 조사받는 피의자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의 설명은 잘못됐다”며 “피의자를 호송하는 중에 피의자가 화장실에 가고자 한다면, 가야 하는화장실의 구조를 모르는 상태에서 경찰이 감시를 엄격히 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경찰이 구조를 다 알고 있는 경찰관서 안에서 경찰이 문 앞을 지키고 있어 도주의 우려가 없고, 화장실에 방범창도 다 설치돼 있는 경우에까지 화장실 문을 열고 볼일을 보게 하는 것은 과잉 감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호송 중에도 조사를 받을 수 있고, 조사받는 중 경찰서 안에서 이동하는 것도 호송에 해당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오수영 사무국장에 대해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을 적용해 화장실에서 문을 닫지 않은 채 용변을 보게 한 것은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이 있다.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은 피의자의 인권 보장에 힘쓰되 도주나 자해를 할 수 없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규칙이다.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제 2조는 “유치중의 피의자에 대하여는 그 처우의 적정으로 인권의 보장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3조에서 “유치장의 설치 및 유지관리에 있어서는 유치인의 도주·자살·통모·죄증인멸·도주원조 등을 방지하고 또한 유치인의 건강과 유치장 내에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통풍·채광·구획·면적·설비 등을 고려하여야 하며 유치인 보호에 편리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자살 혹은 자해의 우려가 있거나, 가정폭력 등이 있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거나 충격을 받은 상태의 피의자라면 문을 조금 열어두고 경찰이 그를 보호해야 하지만 그때조차도 칸막이가 낮은 화장실을 쓰게 하는 등 수치심을 최소화하면서 자해 혹은 자살을 방지하도록 하는게 원칙”이라며 “그러나 오수영 사무국장처럼 1500일 넘게 자신의 복직을 위해 열정을 갖고 싸우고 있는 해고 노동자가 자살·자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이건, 단지 경찰이 피의자를 괴롭히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경찰이 문을 연 채 화장실을 이용하게 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경찰의 대응과 규칙의 기계적 적용에 대해 비판했다.
 오수영씨는 “재능교육 앞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을 때도, 단 한 번도 화장실을 사용할 때 문을 닫지 못하게 한 적은 없었다”며 “용역이 희롱할 때보다 더 수치스럽고 자존감이 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밀폐된 화장실에서 내가 용변을 보는 문제로 경찰과 다투면서 너무 많이 당황해서 나중에는 ‘그런 일이 정말 있었나’ 혼돈이 올 정도로 기억하기 싫고 마음이 아팠다”고 그 순간을 회고했다. 오씨는 “사과하지 않으면 조사받지 않겠다고 버티자, 입감조치했고 이후 해당 여경이 와서 ‘나는 욕한 적은 없고 규칙대로 했다’며 ‘그럼에도 불쾌했다면 사과한다’고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경찰은 욕을 한 적이 없으며 우리는 법대로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