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선거 때 장애인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는 권고를 일부만 수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 권고 수용을 촉구했다. 이들 기관은 일반 선거 공보물과 동일한 내용의 점자 공보물 마련이나 방송 토론회 등의 2인 이상 수어통역사 배치 등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권위는 지난달 22일 열린 제10차 임시 전원위원회에서 선관위원장과 방미통위원장이 장애인 참정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일부는 수용, 일부는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1월30일 선관위원장에게 △책자형·점자형 선거공보가 동일한 내용으로 작성되도록 이행 계획 수립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제한 폐지(현행 책자형의 2배 이내) △발달장애선거인 관련 투표 지원 개선 △모든 투표소를 1층 또는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하는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아울러 방미통위 위원장에게 선거 토론 등 방송에서 최소 2명 이상의 한국수어통역사를 배치하는 수어통역방송을 공영방송 전반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선관위는 지난 3월12일 선거 공보 관련한 권고에 대해 “점자형 선거공보를 (비장애인이 보는)책자형과 동일한 내용으로 작성하면 분량이 3~8배 증가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인권위에 ‘이행 불가’라고 회신했다. 발달장애인 관련 투표 지원은 이행했다고 했고, ‘투표소를 1층 또는 승강기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하라’는 권고는 “이미 시행했다”고 밝혔다. 방미통위는 인권위 권고에 대해 “경제적 부담과 비장애인 시청권 저해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발화자 별로 토론 내용을 장애인에게 전달할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선관위가 ‘이행 불가’로 답한 부분에 대해 “선거인에게 점자형 선거공보의 수령 의사를 미리 확인한다면 제작 분량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선관위가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언급한 ‘투표소 설치’의 경우에도,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 선거에서) 장애인 접근이 어려운 투표소 입구에 장애인 등을 보조할 투표 사무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거나, 투표소 입구 경사로의 경사가 심하거나, 턱이 있는 등 투표소의 접근 편의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문제점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는 방미통위에 대해 “권고를 일부 수용했다”면서도 “발화자 별 토론 내용을 장애인에게 전달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재정적인 이유로 선관위와 방미통위가 적극적인 개선 추진에 어려움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장애인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선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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