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할지 판단할 재판소원 본안 심리 대상으로 개인 간 재산권 분쟁이나 과징금 처분 사건을 잇달아 선별하면서, ‘국민의 기본권 구제 사각지대 해소’라는 본래 취지보다는 법원의 고유 권한인 법률 해석의 주도권을 쥐려는 ‘4심제 기능’을 우선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8일 제약사 녹십자의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사건을 재판소원 ‘1호 사건’으로 지정한 데 이어 전날 ‘2·3호 사건’을 추가로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재판소원 2호’는 재건축조합이 서울시 등으로부터 도로부지를 매입하며 지급한 약 94억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건이다.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로 파기환송된 이 사건은 서울고법도 같은 취지로 판결한 뒤 재상고까지 가지 않고 확정됐다. 대법원은 “당시 도시정비법상 해당 부지는 공공 사업시행자만 무상양도 받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는데, 재건축조합 쪽은 입법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라고 재판소원 청구 이유에서 밝혔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1호 (녹십자) 사건은 형사사건과 행정사건 결론이 다른데도 대법원이 심리불속행(별도 심리 없이 판결로 상고를 기각)한 거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2호 사건은 (법원의) 법 해석에 대한 문제를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들 사이에선 법률을 어떻게 해석해 적용하는지 심리하는 건 결국 법원 판결을 다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2호 사건’은 헌재가 사실상 4심제 뜻을 내비쳤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서울고법 판사는 “재판소원이 들어오면서 법률의 해석을 포함한 법원 판결이 헌재 판단을 받게 된 건 맞지만, 이런 식으로 재판이 취소되면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을 언제든 헌재가 다시 리뷰할 수 있는 4심제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소원 3호’는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청구인이 범죄사실 등이 기재된 영장 사본을 수사기관으로부터 교부받지 못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준항고를 제기했다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기각된 사건이다. 이 판결이 취소되면 헌재는 관련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도 함께 내놓을 수도 있다.
재판소원 본안 심사에 오르는 초기 사건들이 향후 헌재의 제도 운용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과징금 처분, 재건축 분쟁 등 사건 선정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우려가 나온다. ‘기본권 사각지대를 구제한다’는 애초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법률의 해석과 적용 권한’에 대한 헌재와 대법원의 기관 간 다툼으로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 침해 사건 대리 경험이 많은 최정규 변호사는 “사법개혁의 하나로 도입된 제도가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 구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정작 시민들이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전원재판부 회부 사건을 보면 기본권 구제보다 법률 해석 권한이 헌재에 있다는 점부터 먼저 정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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