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일 입장문을 내고 12·3 내란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잇따른 탄핵소추안 발의와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입법 독재’, ‘예산 폭거’로 규정하며 이를 타개하고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그동안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하지만 전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법원은 이 같은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작성한 1252쪽 분량의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문을 20일 보면,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고, 병력 동원이 필요하지도 않았으므로, 이 사건 비상계엄은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윤석열의 임기가 개시된 후부터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행정안전부장관 1인, 검사 12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3인 및 그 직무대행 1인, 감사원장 1인에 대하여 재발의를 포함하여 합계 22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며 “그 중 5건은 본회의에서 가결되어 탄핵소추가 이루어졌으나, 그 중 3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미 기각결정을 선고한 상태였다”고 했다. “국가의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 윤석열과 피고인 김용현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가결시켜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 윤석열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서 가결된 법률안들에 대하여 재의를 요구하거나 그 공포를 보류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되는 것을 막고 있었으므로, 위 법률안들에 대한 국회의 의결로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없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군을 보낸 것이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단순히 어떠한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그러한 의혹이 있다면 조사나 수사·재판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이를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력의 동원이 위기 상황을 수습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거나 경력만으로 위기상황이 수습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없다”며 “피고인 윤석열과 피고인 김용현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익 저해 및 국정 마비 상태는 정치적·제도적 수단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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