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 일정이 외부에 공개되기 직전 삼부토건이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하던 프로젝트 사업과 관련해 현지 사정에 밝은 사업가와 컨설턴트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컨설팅 계약서를 윤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최측근이 최근까지 보관 중인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한겨레가 8일 유튜브 방송인 열린공감티브이(TV)로부터 확보한 컨설턴트 계약서를 보면, 삼부토건은 2023년 10월10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컨설팅해줄 전문가 박아무개씨와 계약을 체결했다. 열린공감티브이는 윤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최측근인 김아무개씨의 창고에서 이 계약서를 발견했다. 이 계약서에는 “회사(삼부토건)를 대신하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해 비즈니스를 촉진하고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다음 사람에게 컨설턴트로 일할 권한을 부여한다”며 박씨를 컨설턴트로 위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부토건 쪽 계약서 서명의 주체는 이응근 전 삼부토건 대표와 정창래 전 삼부토건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혐의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지난달 18일 구속됐고, 정 전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삼부토건의 사우디아라비아 컨설턴트 위촉 계약 직후 공교롭게 윤 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 일정이 외부에 공개됐다. 이 계약서가 작성된 지 불과 9일 뒤인 2023년 10월19일 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이 21~24일 사우디 왕국 리야드를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 대통령으로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그해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찾았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윤 전 대통령의 국빈방문 당시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교통, 해수 담수화 등 인프라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을 추진할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무렵 삼부토건은 사우디아라비아 담수화플랜트 프로젝트 등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양국이 양해각서를 맺은 사업 분야 중 하나였다. 삼부토건은 사우디아라비아 담수청장 일행이 2023년 9월17일부터 사흘 동안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기업들과 가진 회의 등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삼부토건이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쪽과 사전에 교감이 있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삼부토건이 사업을 추진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 대통령이 최초로 국빈방문을 한 데다가, 대통령 안전 문제로 대외비인 국빈방문 일정이 외부에 공개되기 직전에 삼부토건이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계약서가 윤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의 최측근인 김씨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삼부토건 쪽은 “사우디 담수화플랜트 사업에 참여한 적 없고 검토 자체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컨설턴트 계약을 맺었던 박씨는 “사우디 공사를 가지고 있어 여러군데에 제안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삼부토건이었다”며 “계약을 체결한 뒤 삼부토건이 회사 자금이 없다해서 진행된 게 없었다. 이후 지인을 통해 김씨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다해서 소개받고 만나 계약서를 보내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씨는 “김씨가 다른 회사를 소개해주겠다더니 진행이 안 돼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김씨 또한 “박씨가 사우디에서 사업한다고 소개 받아서 저한테 얘기한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일에 관여할 수도 없고 앞장 설 수도 없다. 삼부토건과도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