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00
김건희 여사와 삼부토건 본사.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와 삼부토건 본사.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2023년 10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 일정이 외부에 공개되기 직전 삼부토건이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하던 프로젝트 사업과 관련해 현지 사정에 밝은 사업가와 컨설턴트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컨설팅 계약서를 윤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최측근이 최근까지 보관 중인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한겨레가 8일 유튜브 방송인 열린공감티브이(TV)로부터 확보한 컨설턴트 계약서를 보면, 삼부토건은 2023년 10월10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컨설팅해줄 전문가 박아무개씨와 계약을 체결했다. 열린공감티브이는 윤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최측근인 김아무개씨의 창고에서 이 계약서를 발견했다. 이 계약서에는 “회사(삼부토건)를 대신하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해 비즈니스를 촉진하고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다음 사람에게 컨설턴트로 일할 권한을 부여한다”며 박씨를 컨설턴트로 위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부토건 쪽 계약서 서명의 주체는 이응근 전 삼부토건 대표와 정창래 전 삼부토건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혐의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지난달 18일 구속됐고, 정 전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광고
삼부토건이 사우디아라비아 사정에 밝은 사업가 박아무개씨와 체결한 컨설턴트 계약서. 열린공감티브이 제공
삼부토건이 사우디아라비아 사정에 밝은 사업가 박아무개씨와 체결한 컨설턴트 계약서. 열린공감티브이 제공

그런데 삼부토건의 사우디아라비아 컨설턴트 위촉 계약 직후 공교롭게 윤 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 일정이 외부에 공개됐다. 이 계약서가 작성된 지 불과 9일 뒤인 2023년 10월19일 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이 21~24일 사우디 왕국 리야드를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 대통령으로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그해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찾았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윤 전 대통령의 국빈방문 당시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교통, 해수 담수화 등 인프라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을 추진할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광고
광고

이 무렵 삼부토건은 사우디아라비아 담수화플랜트 프로젝트 등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양국이 양해각서를 맺은 사업 분야 중 하나였다. 삼부토건은 사우디아라비아 담수청장 일행이 2023년 9월17일부터 사흘 동안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기업들과 가진 회의 등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삼부토건이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쪽과 사전에 교감이 있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삼부토건이 사업을 추진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 대통령이 최초로 국빈방문을 한 데다가, 대통령 안전 문제로 대외비인 국빈방문 일정이 외부에 공개되기 직전에 삼부토건이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계약서가 윤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의 최측근인 김씨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광고

이에 대해 삼부토건 쪽은 “사우디 담수화플랜트 사업에 참여한 적 없고 검토 자체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컨설턴트 계약을 맺었던 박씨는 “사우디 공사를 가지고 있어 여러군데에 제안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삼부토건이었다”며 “계약을 체결한 뒤 삼부토건이 회사 자금이 없다해서 진행된 게 없었다. 이후 지인을 통해 김씨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다해서 소개받고 만나 계약서를 보내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씨는 “김씨가 다른 회사를 소개해주겠다더니 진행이 안 돼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김씨 또한 “박씨가 사우디에서 사업한다고 소개 받아서 저한테 얘기한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일에 관여할 수도 없고 앞장 설 수도 없다. 삼부토건과도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