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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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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의 가격 하락과 다양화’는 10대 청소년까지 아우를 만큼 마약이 쉽게 퍼진 한 배경으로 꼽힌다. 가격 통제에 한계가 있고 강력한 처벌로도 풀기 어려운 난제인 만큼, 경각심을 일깨우는 예방 정책 등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15일 한겨레가 최근 1년간의 마약류 사건 하급심 판결문을 무작위로 추출해 가장 밀반입량이 많은 필로폰 거래 100여건을 분석해보니, 필로폰 1회 투약량(보통 0.03g)은 평균 2만124원꼴로 거래되고 있었다. 1회 투약량에 1만원이 채 안 되는 거래도 적지 않았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필로폰 1g(33회 투약량)당 소매가는 평균 300달러(약 41만원)로 2013년(684.1달러)에 견줘 반토막이 났다.

이런 가격 하락은 최근 3년간 필로폰 밀반입량이 늘어난데다 각종 합성마약, 의료용 등 마약류가 다양화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다양한 합성마약이 등장하고 의사 처방만 있으면 받을 수 있는 저렴한 의료용 마약류도 많다”며 “마약류 다품종 대량생산 시대가 열리면서 가격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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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을 통한 판매·구매 방식 다변화 또한 마약 접근을 한층 쉽게 만든다. 통상 필로폰 거래단위는 0.5~1g 정도로 한번 거래할 때 대금이 40만~60만원대에 이르렀지만, 온라인을 통한 ‘공동구매’ 방식으로 0.01~0.1g씩 소분 구입이 가능해지면서 몇만원대로 금액이 낮아졌다.

문제는 마약류 거래 가격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데다 정답도 아니라는 점이다. 높게 형성된 가격은 외려 마약류 밀반입을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예방 교육을 통해 시민의 심리적 저항선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낭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격 통제는 물론 필요하지만, 통제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근본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생애주기 타이밍마다 잘 설계된 강한 예방 교육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