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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가 13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경찰이 육군 12사단 훈련병 유가족의 요구를 묵살하고 군검찰에 기록 송부를 강행했다며 규탄했다. 김가윤 기자
군인권센터가 13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경찰이 육군 12사단 훈련병 유가족의 요구를 묵살하고 군검찰에 기록 송부를 강행했다며 규탄했다. 김가윤 기자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얼차려)으로 지난 5월 목숨을 잃은 훈련병 유가족이 군사경찰에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으니 기록을 군 검찰에 송부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수사담당자가 “하라 마라 할 권한이 있느냐”며 화를 내다가 욕설을 내뱉는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관련 법상 유가족은 보강수사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며 군사경찰의 부적절한 태도와 강압적인 수사 종결 행태를 규탄했다.

군인권센터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군사경찰이 유가족 요구를 묵살하고 군 검찰에 기록 송부를 강행했다며 최근 유가족 상대로 열린 수사설명회 상황을 공유했다. 부대관리 훈령을 보면 군사경찰은 ‘유가족 의혹과 궁금증 해소’ 등을 위해 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할 수 있게 돼 있다. 특히 ‘요구사항을 듣고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해 설명해야 할’ 의무도 명시돼 있다. 지난 5월 규정에 어긋난 얼차려 도중 훈련병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일반 경찰이 맡은 가해자에 대한 학대치사 등 범죄 수사와 별개로, 군 경찰 또한 변사 사건 수사를 벌여왔다. 사건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이날 현재 직권남용 가혹 행위와 학대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센터 설명을 종합하면,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 행위 사망 사건에 대한 군사경찰의 수사설명회는 지난 7일 유가족과 수사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구체적인 처리 내용과 함께 종결 후 군 검찰로 기록을 넘기겠다는 결과 설명이 이뤄졌다. 유가족은 설명회를 듣던 중 △사고 직후 후송 지연 의혹에 대한 설명과 △가해자들이 과거에도 다른 훈련병들에게 가혹한 얼차려를 부여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설명을 요구했으나 군사경찰은 “사실상 두 가지 의문점에 대해 수사가 어렵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유가족 쪽은 “그렇다면 군 검찰로 기록을 송부해선 안 된다”며 보강수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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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수사담당자는 화를 내며 “왜 (우리가)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 어떤 근거로 기록을 송부하면 안 되느냐”며 유가족 쪽에 따졌다. 군인권센터는 “(유가족 쪽이) 반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왜 반말을 하느냐’고 하거나 ‘지시 어투로 말하지 말라. 군번 몇 번이냐’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재생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수사담당자는 “(기록 송부를) 하라 마라 지시할 권한이 있느냐”고 말싸움을 하다가 설명회 도중 퇴장했다. 유가족은 수사담당자가 욕설하는 소리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군사경찰은 유가족의 요구에도 이튿날인 8일 군 검찰에 기록을 송부했다.

군인권센터는 “유가족 입장에선 도저히 수사 종결에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후송 지연은 사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인데 군사경찰은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도 않았다. 가해자가 과거에도 가혹한 얼차려를 부여했는지도 ‘살피지 못했다’는 황당한 설명을 늘어놓았다”며 “육군이 졸속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은 지휘책임, 후송문제로 번져 나가지 않게 막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어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수사담당자를 즉각 보직 해임하고 유가족 요구에 따라 군사경찰에 보강수사를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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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수사단은 이날 입장을 내어 “수사 관계자와 유가족 법률대리인 사이 언쟁이 있었다. 설명을 마무리하고 나오며 혼잣말로 부적절한 언급을 했지만 유가족 앞에서 말한 것이 아니다”라며 “현장 상황과 분위기를 밝히긴 어려우나 해당 관계자는 법률대리인을 상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록 송부는 고인의 사건 관련 기록을 군 검찰로 보내는 행정절차로, 수사를 최종 종결 짓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