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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이튿날인 25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진행 중이다. 공동취재사진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이튿날인 25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진행 중이다. 공동취재사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이주 노동자 고용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확대하고 유명무실한 위험성 평가 제도를 개선하는 등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이주노동자 상당수가 일하고 있는 소규모 공장의 불법적 고용 관행, 허술한 안전관리가 빚은 ‘이주노동자 최대 집단 산재 참사’로 규정했다.

22일 화성 지역 시민단체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등이 모인 아리셀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긴급토론회’를 열어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리튬전지 폭발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실질적인 위험성 평가를 위한 법 제도 개선 △무분별한 불법인력공급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근로감독 확대 △민관 합동 사고조사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아리셀 참사를, 특히 이주노동을 중심으로 한 한국 산업 저변의 주먹구구식 노동관계와 안전 관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으로 짚었다. 박세연 아리셀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고위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아 취약한 안전보건 구조에서 언어와 문화 차이라는 이중 삼중의 위험에 노출됐다”며 이번 참사를 “이주노동자 최대의 집단 산재 참사”로 규정했다. 아리셀 참사 희생자 23명 가운데 18명은 중국 동포 등 이주노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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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고경주 기자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고경주 기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통계를 들어 한국 사회 소규모 사업장과 이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이주 노동자의 업무상 사망 만인율(1만명당 사망 인원)이 1.39로 취업자 전체(0.77)에 견줘 두 배 이상 높은 사정 등을 전하며 “소규모 하청 사업장은 위험관리 자원이 결여돼 있고, (이런 상황에서)이윤을 실현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위험을 무릅 쓴 노동이 만연하다”며 “위험의 외주화가 위험의 이주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리셀의 경우 직원 수 50명 안팎의 소규모 사업장이었고, 사망자 상당수는 불법파견이 의심되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배터리의 폭발 위험성을 고려할 때 예견된 참사였다는 현장 노동자 증언도 나왔다. 정기백 금속노조 삼성 SDI 천안지회 사무장은 “전지는 충·방전을 하는 순간부터 발화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사고였다”며 “초기 진화 과정에서 배터리가 적재된 트레이를 맨손으로 만지고 방독면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안전교육, 소방훈련 등이 잘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