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데뷔한 5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지난 6일과 11일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엑스 갈무리
지난해 3월 데뷔한 5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지난 6일과 11일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엑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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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에 강변북로 쭉 달리면서 저희 노래 들어보세요! 구간 단속하니까 과속하면 안 되시고요. 아 직접 가봤냐고요? 아니죠. (웃음) ‘테라’에 대해 공부한 내용이에요”

지난달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멤버 은호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해달라는 팬의 물음에 장난스럽게 답했다. 플레이브는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이다.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완성됐다면, 버추얼 아이돌은 가상현실(VR)을 이용해 탄생했다. 각각의 아이돌 캐릭터를 맡은 사람이 영화 ‘아바타’처럼 버추얼 장비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투디(2D) 형식의 캐릭터로 구현되는 방식이다. 캐릭터 뒤에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AI)로 탄생한 캐릭터와 다르다. 실제 캐릭터를 움직이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은데, 화면 뒤 ‘사람’을 궁금해하지 않는 게 팬과 버추얼 아이돌 사이의 규칙이다.

지난해 소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던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가 최근 기존 아이돌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난 9일 문화방송(MBC)의 음악방송 ‘쇼! 음악 중심’에서 플레이브는 ‘현실 아티스트’ 르세라핌과 비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발매된 플레이브의 미니앨범 2집은 써클차트 주간차트 1위, 케이타운포유 주간차트 1위 등 음반사 판매량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 17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버추얼 아이돌 세 팀(이세계 아이돌, 스텔라이브, 플레이브)의 팝업스토어에는 10만명이 다녀가 7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패션 팝업스토어의 매출보다 7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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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플레이브 팝업스토어에서 팬들이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지난 17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플레이브 팝업스토어에서 팬들이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영원히 나이 들지 않아서’, ‘인간과 달리 사생활 논란에 휩싸일 걱정이 없어서’ 등 사이버 가수 아담 때도 등장한 이유가 최근 버추얼 아이돌 흥행요인으로 흔히 거론된다. 하지만 팬과 전문가들은 가상 세계관과 인물을 받아들이는 인식이 20세기 후반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짚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상세계와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가 아이돌 팬덤의 주류가 된 게 핵심”이라며 “사이버 가수 아담이 반짝하고 사라졌던 이유는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였다. 지금은 어렸을 때부터 온라인 공간, 게임 등을 접해 가상세계에 친숙한 이들이 많아 인기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9개월 차 플레이브 팬 김예담(19)씨도 “플레이브 전에도 버추얼 유튜버를 좋아했기에 딱히 거부감이 없었다. 버추얼 아이돌이라고 범죄, 연애 등 사생활 논란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멤버의 본체가 인간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플레이브 활동에도 제약이 생길 테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다’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팬들과 긴밀한 소통에 집중하는 터라 오히려 실제 아이돌보다 친근하게 여겨진다는 시각도 있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존 아이돌은 전문 제작사에서 완성돼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버추얼 아이돌의 상당수는 팬들이 외모부터 음악까지 직접 개입해 만들어 나가고 있다. 팬이 단순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플레이브만큼 큰 인기를 누리는 버추얼 그룹 ‘이세계 아이돌’은 오디션 방송을 통해 팬들이 직접 데뷔 멤버를 선발했고 팬들이 재능기부로 작사·작곡한 음악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팬 아트’로 팬들이 그린 헤어 스타일을 하고 옷을 입는 일도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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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팬 송아무개(27)씨는 “소통 플랫폼에서 팬들이 쓴 메시지에 전부 답장을 보내주는 멤버도 있고,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도 일주일에 2번씩 이루어지고 있다. 버추얼이라는 한계를 없애려고 더 노력하는 모습이 팬들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