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냐.”
경남 지역의 한 제조업 회사에서 근무하는 조아무개(41)씨는 입사 11년차이던 2019년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말했다가 회사 임원으로부터 이런 핀잔을 들었다. 다짜고짜 욕부터 한 임원도 있었다. 조씨가 다니는 회사는 전체 임직원 10명 중 9명이 남성이고 ‘여자는 애 낳으면 집에 있어야지’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곳이었다.
조씨의 육아휴직 신청은 “퇴사까지 각오”하고 감행한 일이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이었거든요. 아이가 하루 종일 화장실도 못 가고 있다고 집에 오더라고요. 학교라는 낯선 환경을 혼란스러워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돼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아내는 당장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비교적 상황이 나은 조씨가 휴직을 하기로 했다.
조씨는 적당히 석달만 병가를 쓰라는 회사 쪽 요구를 거부하고 “다행히” 4개월 반 정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었다. 내심 ‘6개월 정도를 썼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복귀 뒤 업무에 지장이 생길까 봐 스스로 이 정도 선에서 타협했다. 조씨는 “비록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아빠와 함께 매일 학교에 등교하며 아이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회사에 복귀했지만 조씨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조씨가 어렵사리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3명이 육아휴직 대열에 추가 합류했는데, 그때마다 조씨의 이름이 거론됐다. ‘해고해야 한다’ ‘인사상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말들이 육아휴직자들을 향해 직간접적으로 쏟아졌다.

조씨의 사례에서 보듯 ‘육아휴직 사용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겨레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지난 1월16일부터 2월3일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노동자 172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내가 다니는 회사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언제든지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다’라고 답변한 이들은 29.0%에 그쳤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육아휴직 사용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22.5%)과 이런 인식에서 비롯되는 ‘인사고과, 승진 등 직장 생활에 발생할 불이익에 대한 우려”(27.4%) 때문에 ‘육아휴직 신청이 가능해도 부담을 느끼거나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유치원생 아들을 키우는 박아무개(37)씨는 이런 불이익이 걱정돼 육아휴직을 ‘포기’했다. 박씨는 병원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 병원은 노골적으로 “육아휴직을 못 쓰게 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회식이 잦은 편인데, 퇴근 뒤 애 보러 간다고 4년째 회식을 못 갔더니 사람들이 ‘너만 애 키우냐’고 핀잔을 주더라고요. 여성들도 복귀하기 어려운데, 남성인 제가 육아휴직을 신청해 ‘총알받이’가 될 순 없었어요.” 그는 “행여 육아휴직을 못 쓰게 한다고 지방고용노동청에라도 신고하는 순간, 업계에서 매장돼 취업이 막히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이번 조사에 응답한 남성 10명 중 6명은 육아휴직 이후 복귀해 가장 힘든 점으로 ‘불이익’을 꼽았다. 가장 많은 33.3%가 ‘고과·승진 등 직장 내 경쟁력 약화’를 꼽았고, 그 뒤를 이어 ‘자리 유지 및 배치 전환 걱정’(20.9%)이란 응답이 많았다. ‘사직 권고 및 구조조정 우선순위(에 대한 우려)’(4.9%) 응답까지 포함하면 59%에 이른다.
응답자들은 이에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우선적 과제(복수응답)로 ‘남녀가 함께 육아를 분담하는 것으로 사업장 구성원의 인식 변화’(71.2%)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함께 ‘승진, 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과 차별 금지’(70.5%)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설문을 분석한 정경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결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 및 불리한 처우 금지를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이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며 “보편적 권리로 육아휴직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선 고용 보호와 차별 금지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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