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에게 ‘가해국 한국’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지난달 7일 나왔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변호인들이 소송 당사자인 베트남인 응우옌티탄과 화상통화를 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에게 ‘가해국 한국’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지난달 7일 나왔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변호인들이 소송 당사자인 베트남인 응우옌티탄과 화상통화를 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한 1심 판결에 정부가 항소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한국 정부가 법원의 판결에 항소한 것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7일 재판부는 베트남인 응우옌티탄(63)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3천만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한 지 55년 만에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법원 판단이었다.

1968년 2월 8살인 응우옌티탄은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안구 퐁니마을 집 주변에서 한국군 청룡부대 소속 군인들이 쏜 총에 왼쪽 옆구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다. 수술로 목숨을 건졌지만 지금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다. 당시 가족 5명이 목숨을 잃었고 14살 오빠는 크게 다쳤다. 응우옌티탄은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정만이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저를 비롯한 많은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며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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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 정부는 한국 군대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게릴라전으로 진행된 베트남 전쟁 특성 상 민간인과 베트콩 군인을 구분할 수 없어 발생한 정당행위였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베트남전 참전군인, 당시 마을 민병대원 등의 증언과 여러 증거를 바탕으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사실로 인정했다. 이 판결은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법원 판단이었다.

이날 팜투항 베트남 외교부 부대변인은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항소와 관련해 “매우 유감”이라며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정신에 따라 베트남은 한국이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존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 베트남은 과거를 닫고 미래를 향하자는 방침이지만 그것이 진실을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 라고 강조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