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리 도화동산. 도화동산은 지난 2000년 4월 경북과 강원 일대에 난 산불을 22시간 만에 진화한 기념으로 경북도의 상징 꽃인 백일홍이 피는 배롱나무를 심어 만든 동산이다. 그러나 안쓰럽게도 이번 산불을 피해가지 못했다.
화마가 휩쓴 산은 검은 등줄기를 드러낸 채 웅크리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검은 재는 쓸려 내려갔고, 타다 만 나무들만 애처롭게 서 있었다. 울울창창했을 숲은 훤히 속살을 드러내고 탄 냄새는 동해에서 부는 봄바람을 타고 와 코를 찌른다.

지난 4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멀리 강원 삼척까지 번졌다. 며칠 전부터 발령된 건조주의보와 거센 바람으로 가용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밤낮없이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역대 최장인 213시간 만인 13일 오전 가까스로 주불을 잡을 수 있었다. 울진군 1만8463㏊, 강원 삼척시 2460㏊ 등 임야 2만923㏊가 잿더미가 됐고, 주택 257동이 전소했다. 피해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72배 크기로 피해액은 16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울진·삼척 산불의 시작은 운전자가 던진 담뱃불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형산불로 번진 데에는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인한 건조했던 산세 또한 이유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강수량은 평년의 7분의 1 수준인 13.3㎜밖에 되지 않았고 이는 40여년 동안 가장 적은 수치였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대형산불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우려한다. 환경연합은 “울진·삼척 산불이 이렇게까지 커진 원인은 유례없는 겨울 가뭄에 있다”며 “산불의 일상화·대형화를 막으려면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산불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불 예방 예산을 대폭 늘려 인력과 장비를 충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형산불이 난 뒤 회복되는 시간을 추정한 보고서에 따르면 곤충류는 14년, 산림동물은 30년 이상, 토양은 100년 이상이 걸린다. 기후위기로 인해 증가하고 있는 대형산불에 대한 예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단마저 타버려 땅을 밟으니 걸음마다 부서진다. 그 와중에 새까만 재를 뚫고 초록의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직 땅이 살아 있음을, 메말랐지만 여전히 새로운 생명을 품을 수 있다고 전한다.

2022년 3월25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울진/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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