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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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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자 |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 저자
·성공회대 연구교수

 “엄마, 그때 왜 그러셨어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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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평온한 순간에 청소년들은 뜬금없이 지나간 일을 들춰내 분위기를 깨는 경향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때였던가∼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는데, 엄마가 내게 엄청 화를 내며 나가라고 소리치셨잖아요. 나는 울면서 안 나가겠다고 했고요. 그때 엄마가 무서웠어요. 왜 그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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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말도 마라. 너 사춘기 장난 아니었어.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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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조금 전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와 아들이었다. 신호등이 바뀌었지만, 아들은 건널목을 건너지 않았다. 엄마는 멈춰 있는 아들을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건널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말을 건넸다.

“어머님! 다시 돌아가 아들을 붙잡고, 사과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때는 정말 미안했다’라고요. 지금 중요한 건 아들에게 과거의 섭섭함을 풀어주는 것이에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 초면에 염치 불구하고 끼어들었다. 엄마는 아들에게 달려갔다. 가끔 자녀가 “그때 왜 그러셨어요?”라고 부모에게 과거의 섭섭했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이 있다. 그럴 때는 사과하고 토닥거려주는 것이 좋다. “그때 부모로서 서툴렀다. 미안했다. 네가 많이 견뎌주고 잘 커줘 고맙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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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우리는 잘못된 말과 행동을 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때로는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을 상대방이 오해하는 바람에 섭섭한 마음이 쌓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녀가 부모의 과거 잘못을 들춰낼 때는 부모 입장에서 다소 억울하고 불편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기억하는 섭섭함과 화해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다.

뜻하지 않는 실수로 상황이 어려워지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일단 상황을 파악한 뒤, 되도록 빨리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다. 잘못된 언행을 사과했다고 해서 인격이 손상되는 일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과를 통해 부모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를 갖는다.

“지난번에는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다음부터는 달라지도록 노력할게”라고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루뭉술하게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자녀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지 않다.

부모가 자녀에게 사과할 때 자녀의 잘못은 과제로 남겨두는 아량이 필요하다. 100% 부모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이것이 어른이 아이에게 사과할 때의 기본 자세다. 화를 내거나 아이와 힘겨루기에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런데, 실은 너도 문제가 있었잖아?” “엄마(아빠)가 사과하면 받아줘야지, 그 태도가 뭐냐?” “나만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너는 사과하지 않니?” “사과했으니까 이제 됐지? 표정이 왜 그래? 마음 풀어”처럼 자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면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

사과는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행위이지 상대방의 잘못을 깨우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사과를 받는 사람이 “도대체 저의가 뭐야?”라는 반감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사과는 조건을 붙이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중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