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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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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업무에서 정치적인 행위를 한 것은 없다”는 논리의 주장을 폈다. 이날 발언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대구시장 출마설이 있는데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그만두고 나가는 게 맞지 않나” 발언에 대한 반박 과정에서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 수석의 전날 방송사 대담 발언을 인용한 뒤 “법적으로 정해진 (내) 임기는 2026년 8월까지이다. 2026 지방선거 일정은 현재 6월3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제가 임기를 채우면 지방선거 출마는 불가능하다”며 “저는 법적으로 정해진 기관장의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였으며, 이러한 발언을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위원장은 “아무리 봐도 이분은 방통위원장을 하는 목적이 정치적인 것 같다”는 우 수석의 발언에도 “민주당 주도의 국회는 탄핵이 기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 5인 체제를 복구시키지 않았다”며 “저는 일관되게 방통위를 완전체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을 뿐 업무에서 정치적인 행위를 한 것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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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감사원은 “이 위원장은 기관장이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일반 공직자보다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과 품위 유지가 요구되는데도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유튜브에 수차례 출연해 특정 정당을 직접 거명하며 이를 반대하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나타내는 발언을 하는 등 물의를 야기했다”며 지난 7월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 위원장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일부 유튜브에 출연해 내놓은 정치 편향적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 위원장은 현재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자신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식의 일방적·정치적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기관장 하나를 뽑아내기 위해서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로, 또 공공미디어위원회로 바꾸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식당 이름 하나를 바꾸는 데도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 방송통신위원회를 기능에 큰 차이 없는데도 명칭을 바꾸게 되면, 부수적인 낭비는 계산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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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여당의 관련 법 제정 시도에 대해서는 “독재”라는 표현을 내놨다. 이 위원장은 “법으로 정해진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데서 법치가 시작된다. 법치는 법에 의한 지배이다. 목적을 위해 법을 바꾼다면 법을 지배하는 것”이라며 “법을 지배하는 것은 독재”라고 강변했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방통위를 확대 개편하는 내용의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지난 7월28일 대표 발의한 바 있는데, 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방통위 등 방송·통신 관련 부처 개편 관련 법안 추진이 자신의 임기 단축을 노린 것이라는 식의 이 위원장 주장과 달리,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 확대나 유튜브 등 플랫폼의 급성장과 함께 이미 수년 전부터 방송·미디어 업계와 학계, 언론단체 등에서 줄기차게 요구했던 과제다. 윤석열 정부도 비록 실현되지는 않았으나 ‘디지털미디어혁신부’ 신설 등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을 검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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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이런 역사적 맥락에 대한 언급이나 해당 법안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 제시 없이 지난 20일 국회에서도 ‘이름이 바뀌는 것 이외에 크게 방통위의 구조, 틀이 달라진다고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축출하기 위한 법’이라는 취지의 발언만 거듭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