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학 인천광역시 응급의료지원단 부단장이 지난 14일 오후 인천 남동구 지원단 회의실에서 ‘응급맵’을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인학 인천광역시 응급의료지원단 부단장이 지난 14일 오후 인천 남동구 지원단 회의실에서 ‘응급맵’을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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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외상 환자로 눈까지 다쳤는데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이 없습니다.”

지난 14일 인천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인천광역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에서 만난 양혁준 인천시응급의료지원단장(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지난해 11월 말 새벽 3~4시께 다급하게 울렸던 전화를 기억했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주말과 새벽은 응급환자 이송에 가장 취약한 시간대인데, 주말과 새벽이 겹친데다 수술이 까다로운 안구 손상 환자였다. 양 단장은 “상태 설명을 들어보니 전신마취가 필요한 환자라 8시간 공복이 필요했다. 실제 수술에 들어가는 시간은 오전을 넘길 터라 그때는 치료 가능한 의사들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병원으로 보내세요.” 양 단장이 소방본부 관계자에게 말했다. 환자는 그날 오전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병원·소방 소통하니 ‘미수용 0건’”

의료진이 지난 14일 오후 인천 남동구 길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처치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의료진이 지난 14일 오후 인천 남동구 길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처치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환자가 제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인천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운영 중인 응급환자 이송 최종 핫라인인 ‘아이넷’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아이넷은 인천시와 소방본부, 지역 응급의료기관 21곳의 책임자들이 모여 있는 실시간 소통 채널이다. 당시 양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소방 관계자와 전화를 받은 양 단장 모두 아이넷의 일원이었다. 양 단장은 “급박한 상황에서 현장 구급대원은 병원 사정을 알기 어렵고, 의료진은 도착 전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알기 어렵다”며 “아이넷은 현장 책임자들이 양쪽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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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병상을 찾지 못해 4시간 동안 병원을 전전하다 태아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뇌손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시급한 해결이 사회적으로 촉구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는 배후 진료 인력과 응급실 병상의 부족, 소방과 병원 간의 소통 부재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다. 연결 고리 가운데 어느 한곳만 막혀도 환자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뺑뺑이’를 돌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5월까지 광주·전남·전북에서 지역별 이송지침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에 들어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광주에선 구급대가 이송 병원을 정하지 못할 경우 응급실 의사, 119 대원 등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결정 체계가 가동돼 최종 수용 병원을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지역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해법도 달라야 한다. 공단이 밀집해 외상 사고가 잦은 인천과 험준한 산지가 많아 닥터헬기 등 항공 이송이 필수인 강원도는 대응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체계가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소방과 병원 간의 긴밀한 신뢰가 필수인데, 소통 부재로 시스템 구축에 난항을 겪는 지역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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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구축한 아이넷은 현장 소통에 집중해 병목 현상을 뚫어낸 사례다. 일반적인 이송 절차를 거쳤음에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 책임자들이 즉각 개입해 받아줄 병원을 결정하는 ‘최종 해결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양 단장은 “아이넷 운영을 시작한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미이송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활용해 적정 이송 지원

양혁준 가천대학교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오후 인천 남동구 길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환자 이송 최종 핫라인인 ‘아이넷’의 활용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양혁준 가천대학교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오후 인천 남동구 길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환자 이송 최종 핫라인인 ‘아이넷’의 활용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인천시는 응급 이송 흐름을 시각화하고 부적정 이송·수용 사례를 분석하는 ‘응급맵’도 개발 중이다. 응급맵은 현장에서 모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수용이 가능한 병원을 예측해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는 베타 버전을 운용하며 상용화를 위한 개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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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천시청에서 응급맵 베타 버전을 살펴보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시간 응급실 병상 정보와 데이터에 기반한 이송 가능 병원 제안이었다. 응급환자 발생 때, 구급대원이 양식에 맞춰 환자 상태를 입력하면 환자 위치, 인근 병원 응급실 상황, 해당 질환을 많이 치료했던 병원 등 여러 항목을 고려해 이송 가능 병원이 순위별로 제시됐다. 구급차들이 현재 어느 위치에서 어느 병원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보였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지역·시간별 응급실 혼잡도, 주간 이송 비율, 병원별 중증질환 수용률 등으로 집계돼 응급 이송 현황 분석에 활용된다. 이인학 인천시응급의료지원단 부단장은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배후 진료가 안 된다거나, 같은 병원에 환자들이 동시에 가고 있는 상황 등을 현장에서 바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적정 이송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올해 안으로 이 맵을 모바일 버전으로 고도화해 현장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응급 이송 핫라인인 아이넷 또한 응급맵에 흡수해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해선 환자 상태와 병원의 진료 역량을 정확히 연결하고, 소방과 의료기관이 실시간 협력할 수 있는 지역 단위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단장은 “응급의료는 지역 완결형 사회 안전망이어야 한다”며 “백령도에 살든, 큰 병원이 가까운 도심에 살든 응급의료에서 누구나 동일하게 혜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