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한 국민선거인단 모집에 첫날 1만7천여명이 등록했다. 민주당은 8일부터 9월4일까지 28일간 선거인단 신청을 받는다. 목표치 200만명을 달성하려면 하루 6만~7만명꼴로 들어와야 하는데,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당 반응은 일단 담담하다. 한 당직자는 “첫날이라 아직 선거인단을 모집하기 시작했는지도 많이 모르는 상황 아니냐”며 “지금은 초반 경선 지역인 제주와 울산을 중심으로 신청이 이뤄지고 있어 규모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경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200만명 돌파는 이미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블랙홀’처럼 범야권 지지층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상황에, 런던올림픽과 휴가철이 겹친 탓이다. 김두관 후보 캠프 관계자는 “100만명만 들어와도 선방하는 걸로 본다”고 했다. 이럴 경우 선거인단 모집은 사실상 조직 동원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한 당직자는 “조직 경선으로 가면 경선 흥행을 통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려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승부에서 기선을 잡는다는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직 동원 자체도 쉽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 1월과 6월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두차례 전당대회와 4·11 총선에서 대거 조직을 동원했다. 문재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지자들의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김두관 캠프 관계자는 “1월 전당대회와 총선 때는 지역위원장들이 자기 공천 문제가 걸려 열심히 지지자를 모았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열성적으로 움직일 유인이 별로 없다”고 했다.
경선 판도와 흥행 여부를 가늠해볼 첫 경선 지역은 제주이다. 8~14일 선거인단 신청을 받아 23~24일 모바일투표를, 25일 현장 순회 투표를 한다. 제주의 경우 캠프에 현역 제주 의원이 한명씩 참여한 손학규(김우남 의원)·김두관(김재윤 의원) 후보 쪽에서 서로 1위를 장담하고 있다. 조직 중심으로 가면 현역 의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1위를 해야 문재인 후보를 추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된다.
김두관 캠프 관계자는 “선거인단 전체 규모를 100만명으로 잡으면 제주는 인구비례상 1만명 정도가 되지만, 각 캠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2만명까지 늘어날 걸로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 쪽은 계산이 다르다. 캠프 관계자는 “동원이든 바람이든 선거인단이 100만명을 넘어서면 투표 결과가 여론조사와 거의 비슷하게 간다”고 했다. 흥행을 위해선 초반에 이변이 벌어지는 것도 괜찮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문 후보도 제주에서 지더라도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 이후 자발적 지지자들이 유입될 것이기 때문에 불리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