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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지지 않았다.’ 정치인 나경원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얻은 성적표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의 ‘국민 정치인’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나 후보는 밤 11시께 캠프 사무실을 찾아 “선거 결과에 나타난 시민 여러분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정치권이 더 반성하고 더 낮은 자세로 변화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딱 네 마디를 던지는 사이 그는 울먹였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개인기를 평가받았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나 후보가 강단 있고 콘텐츠도 풍부하다는 것을 텔레비전 토론회 등을 통해 보여줬다”며 “이번에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콘텐츠 부재론’은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결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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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후보는 2002년 정치 입문 이후 실상 정치적 좌절이 없었다. 자신을 정책특보로 부른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에서 패해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었음에도 2004년 비례대표, 2008년 지역구 의원으로 독자적 입지를 키웠다. 한 의원은 “서울시장만 준비해온 것도 아닌데 이번 패배를 정치적 좌절이라 보기 어렵고, 외려 당이 어려울 때 총대를 메고 선전했다는 평가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확장성의 한계도 분명해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선거 과정을 통해, 서민의 삶을 살아온 이는 아니라는 이미지도 강하게 심어줬다”고 말했다. 사학 재벌, 재산형성 과정, 피부클리닉·탈세 논란 등으로 주류 보수 정치인의 전형이 드러나면서 서민들과의 심리적 거리감도 선명해졌다는 얘기다. 자신의 지역구인 중구에서 패했다는 점도 그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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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나 후보의 당내 입지는 상당히 강화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릴 경우 친이계에선 대안으로 나 후보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