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사면,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 상신의 적정성을 심사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사면심사위원회를 둔다.”(사면법 제10조의2 제1항)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자,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2월 국회는 사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사면심사위원회를 꾸리고 거기서 사면 대상자를 심의해 추려내도록 한 것이다. 사면법이 제정된 지 59년만에 처음으로 이런 손질을 한 취지는 뚜렷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무슨 때만 되면 이뤄지는 대통령의 마구잡이 특사를 줄여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13일 발표된 ‘광복 65주년 특사’는 사면심사위원회가 처해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법무부는 특사 발표 이틀 전인 11일 오전 사면심사위 회의를 열었는데, 110분(오전 10시~11시50분) 가량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특사 대상으로 거론된 사람은 모두 2493명이므로, 심사위원들은 1분에 22~23명씩을 심사하는 ‘철의 행군’을 한 셈이다. 약 2.5초 마다 1명씩 심사한 꼴이다. 누가 사면 대상에 올랐는지 이름만 살펴보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특별사면은 개개 ‘사람’의 포함 여부를 따진다는 점에서, 사면대상 죄명을 정해 해당자를 일괄 지정하는 일반사면과 다르다. 사면심사위의 한 위원은 “(법무부에서 올린 안을) 그냥 추인만 할 뿐, 누구를 평가해 대상에 포함시키고 말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위원 9명중 4명 법무부몫, 외부 2명도 ‘MB맨’일부 “그냥 추인만 할뿐 평가 분위기 아니다”국회·사법부에 추천권 부여 등 제도 개선해야사면심사위가 이처럼 들러리 역할에 그치는 원인으로는 위원 구성 자체가 첫손에 꼽힌다. 사면심사위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4명의 내부위원과 5명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표 참조)돼 있는데, 우선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인 내부 위원들은 청와대의 방침이나 의지를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다.
외부위원들엔 사면을 검토할 수 있는 전문성이나 대표성과는 무관한 사람들이 들어가 있다. 권영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지원한 외곽조직으로 최근 국정개입 논란을 낳고 있는 선진국민연대 상임대표 출신이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 인사로, 경북 포항 출신 고위 관료들의 모임인 ‘영포목우회’의 창립 멤버라고 알려져 있다.
위원 구성이 이렇게 된 까닭은 사면심사위원의 위촉 기준이나 선임 과정의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위원회를 구성한다고만 돼 있을 뿐 이런 사람을 위원으로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교수나 사회단체 대표 등 학식과 덕망을 갖춘 분들을 사면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있다”며 “누구를 (위원으로) 할지는 법무부 장관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법무부 장관이 뽑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홍철 위원은 이귀남 장관이 대구고검장을 지낼 때 알게된 인연으로 심사위원에 위촉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기업이 투명 경영을 한다면서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한 뒤 그 자리에 친구나 부하 직원 등 잘 아는 사람을 앉히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논란을 없애려면 사면심사위를 구성할 때 국회나 사법부에서 위원 후보를 추천받는 방안을 검토해봄직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대통령의 사면권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남용돼 온 것이 문제”라며 “사면 대상 범죄의 종류나 형집행 기간의 최소한도를 정하는 쪽으로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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