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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을 문제 삼아 북한 정보 공유를 제한한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쿠팡 총수 김범석 의장의 신변 안전 보장과 한-미 안보협의 문제를 연계한 데 이어 정치적 편의주의에 따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지연 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이 여러 경로로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1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한국의 전작권 전환에 대해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이 전작권 전환 일정을 맞추려고 조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언급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정치적 편의주의’라고까지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안에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는 데 이견을 내비친 셈이다.
미국은 쿠팡 문제와 한-미 고위급협의를 연계하기도 했다.
22일 한-미 사안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들은 미 국무부와 의회 등이 한국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의 신변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난해 한·미 정상이 조인트 팩트시트에 명시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등 안보 분야에 대한 고위급 협의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최근 우리 정부에 전했다고 한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0여명은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차별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김 의장의 신변 보장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21일(현지시각)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쿠팡이 미국 의회에 강하게 로비를 하면서 국무부도 이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쿠팡의 로비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이런 문제가 한·미 정부 합의에 장애물로 작동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여러 이슈로 한국을 흔들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은 한국에 대북 정보 공유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하면서, 평안북도 구성에 북한의 제3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지난달 발언이 미국 기밀 정보를 유출한 것이라며 문제 삼았다. 미국은 정 장관 발언과 함께 지난 2월 미·중 전투기 대치 사건에 대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에 항의하고 이에 대해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과했다’고 한 부분, 비무장지대 출입권을 통일부가 일부 관리하는 디엠제트(DMZ)법 추진 등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만을 쌓아오다가 정 장관의 발언을 계기 삼아 한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22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안규백 장관은 정동영 장관의 ‘구성 핵시설’ 언급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이 자신에게 항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미국 불만의 핵심은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으로 보인다.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일본은 1호, 2호 사업까지 발표했는데 왜 한국은 계속 미루고 있느냐’고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에 이상 신호가 나오는 것은 과도한 요구를 이어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정책에 있다고 짚으면서도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대미 투자에서 우리에게 이익이 될 사업을 잘 선정해 신속하게 진전시켜야 한-미 관계의 토대를 안정시키고 이견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내부 이견이 노출되면 미국이 이용할 수 있다. 외교안보 라인이 원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민희 권혁철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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