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관련 사진전 및 다큐 상영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관련 사진전 및 다큐 상영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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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주한이란대사가 26일 사전 조율을 거친 ‘비적대국’ 선박의 통행이 가능하다면서도 미국과 거래하는 한국 선박은 해협 통행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이 모두에게 개방돼야 할 국제적 공역으로, 이란 정부와의 개별 협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협에 묶인 한국 선박과 선원들의 고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항행 보장과 관련한 물음에 “한국은 이란의 비적대국”이라며 “이란 정부·군과 조정이 있어야만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 사전에 그런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이 한국은 비적대국에 포함된다고 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서 쿠제치 대사는 ‘미국과 거래하는 선박은 안 된다’는 조건을 명확히 달았다. 그는 같은 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전시 상황에서 제재 대상이 된다”고 했다. 미국 기업과 관련 있는 한국 선박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호르무즈해협에는 지에스(GS)칼텍스와 에쓰오일 등의 원유 운반선이 묶여 있는데, 지에스칼텍스는 미국 에너지 기업 셰브론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미국과 투자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모기업이다. 이런 선박은 항행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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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내 선박만의 통행을 위해 이란과 양자 협의를 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이란 협상과 관련국 입장, 유엔 등 국제기구의 논의를 보면서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이란에는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에 대한 항행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은 당분간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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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에는 현재 26척의 선박에 한국인 선원 141명이 고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박들은 통상 2개월치의 식량·식수와 연료를 싣고 출항한다. 해양수산부는 해협 안 한국 선박들의 위치 파악, 생필품 보급, 선원 교대 상황 등을 24시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 선원들은 안전에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선원들의 불안은 전쟁 초기보다 다소 완화됐다고 했다. 개전 직후에는 드론과 미사일이 육안으로 확인되며 긴장감이 컸지만, 최근에는 이런 상황이 잦아들어 불안감이 줄었다는 것이다. 전정근 에이치엠엠(HMM) 해상노조위원장은 “선원들은 통상적인 선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기약 없이 대기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파병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선박 피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갑판 조명을 끄고 있으며, 지피에스(GPS) 교란이 심해 저수심이나 난파물 식별 등 항해 안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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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호르무즈해협 항행 문제를 두고 프랑스가 주재하는 다국적군 회의에 한국도 참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날 “관련 국가와 긴밀히 소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회의 참여가 호르무즈해협 내 군사작전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장예지 서혜미 김지훈 김영동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