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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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을 향한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빈 방문에 걸맞은 성대한 환영식과 과학기술 혁신·경제무역 협력 등에 대한 15개의 협력 문서에도 서명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강조점에는 양국의 이견과 과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한국 쪽 발표의 열쇳말은 ‘한반도 평화’와 ‘한한령’(중국의 한국문화 제한 조치), 서해 구조물이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중국과) 함께 모색하겠다. 번영과 성장의 기본적 토대인 평화에 양국이 공동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중 정상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창의적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건설적 역할'에 대한 이 대통령의 당부를 듣고 “기본적으로 중국은 지금도 그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해 나가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위 실장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 표명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는 “한반도 평화 안정을 논의하는 주제 아래 다양한 이슈가 다뤄졌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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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016년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처로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막아온 ‘한한령’ 문제에 대해, 양국은 “수용 가능한 분야부터 점진적, 단계적으로 문화콘텐츠 교류를 확대하자는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한국 쪽의 관심이 큰 중국 내 케이팝 공연에 대한 진전은 없었다. ‘한한령 해제’ 여부도 불투명하다. 위 실장은 “한한령이 어떻게 되느냐는 예상하기 어렵고, 실무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접근해나간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만 말했다. 우선 바둑과 축구 교류를 확대하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중국 내 상영(방영)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통해 문호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해 잠정수역에 중국이 설치한 대형 구조물 문제도 앞으로 논의를 통해 관리·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올해 안에 한중 차관급 해양경계 획정회담을 개최하도록 노력하기로 한 것이 약간의 진전이다.

반면, 1200자 분량의 중국 쪽 발표문을 보면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중이 논의했다는 표현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중국이 미-중 패권 경쟁 속의 완충지대이자 지정학적 의미가 커진 북한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한령이나 서해 구조물, 중국 불법어업 문제를 두 정상이 논의했다는 내용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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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중국이 강조한 키워드는 ‘항일’과 ‘대만 문제’ ‘미국 패권주의·보호주의에 대한 공동 대응’이다.

시 주석은 “80여 년 전, 양국은 막대한 민족적 희생을 치르며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승리했다”며 “오늘날에도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 성과를 함께 수호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의 개입 가능’ 발언을 둘러싸고 중-일이 갈등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맞서 싸웠던 역사의 의미를 강조하며 한국을 중국 쪽으로 견인하려 한 것이다. 중국 발표문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한중은 함께 일본 군국주의 침략에 항전했다. 한국은 중국이 한국의 재중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호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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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다음으로 ‘대만 문제’에 무게를 실었다. 시 주석은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고려해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중국이 ‘핵심이익’ 중 가장 중시하는 것이 대만 문제다. 중국은 이 대통령이 “한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우려를 존중하고, '하나의 중국'을 견지한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이 미국의 행태를 비판하며 중국의 입장을 강조하는 내용도 중국 쪽 발표문 곳곳에 담겼다. 미국의 행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서고,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강조한 것은 미-중 갈등을 비롯해 최근 미국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등에 대해 비판적인 뜻을 담으면서, 한국도 중국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더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