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SJC) 오찬 간담회''에서 통역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SJC) 오찬 간담회''에서 통역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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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탄핵소추 절차에 착수하면서 탄핵안 가결 정족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12·3 비상계엄이라는 위법 사유가 발생한 만큼 국무총리 신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와 현재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총리실은 탄핵 절차를 개시한 더불어민주당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즉각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한 대행의 탄핵 의결정족수에 대한 여야 입장은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기준’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을, 민주당은 ‘국무총리 탄핵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151명) 찬성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3일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의 탄핵 의결정족수 기준에 대해 총리 직무 수행 중 탄핵 사유가 발생했다면 탄핵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권한대행 취임 이전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중에 탄핵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 및 의결 요건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선 학계에서도 이론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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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중부소방서를 방문해 연말연시 재난대응체계 등을 점검한 뒤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중부소방서를 방문해 연말연시 재난대응체계 등을 점검한 뒤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학자들도 비슷한 견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직무상 대통령 역할을 하지만 신분은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국무총리”라며 “총리를 탄핵하는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리가 탄핵소추가 되면 총리의 권한이 정지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을 이어받을 수 있는 권한조차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대행을 탄핵하는 사유에 따라 의결정족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헌법재판연구원장 출신인 김하열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리 시절에 했던 일(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 참석) 등이 탄핵 사유가 될 경우 과반수로 하면 되지만, (재의요구권 행사 등)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집행만을 탄핵 사유로 삼는다면 151석이냐 200석이냐 해석이 나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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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은 민주당의 한 대행 탄핵 추진에 유감을 표명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야당이) 좀 더 심사숙고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가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며 “이 체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신뢰를 잃게 되면 국제사회가 가진 우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결국은 신인도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물음에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검토할 단계도 아니고 말씀할 단계도 아니다”라고 했다. 탄핵 의결정족수 기준을 둘러싼 논란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정부는 그것에 대해 해석할 권한은 없다”고 답했다. 탄핵소추안 통과시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여당 방침에 대해선 “당의 문제는 당이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해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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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행 쪽의 이런 태도에선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외에 사실상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는 데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의 가처분 신청을 수용한 전례도 없는 만큼, 실효성 없는 카드로 야당을 직접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미 ‘쌍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방침을 굳혔지만, 당장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보다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시간을 끌며 정치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