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6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뒤 ‘윤심’대로 이 전 대표가 제거되고 비대위로 전환되는 무리수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비대위가 법원 결정으로 17일 만에 지도부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면서 국민의힘은 또다시 대혼돈에 빠져들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황정수)는 이날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할 경우 이 전 대표는 당원권 정지가 끝난 뒤에도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된다.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몇몇 최고위원의 사퇴를 국민의힘이 비대위 전환의 전제인 ‘비상상황’으로 해석한 것도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 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 전 대표 쪽 변호인단은 “이번 결정은 사법부가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가처분 기각’을 장담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1박2일 일정의 연찬회 마무리 뒤 법원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 자치라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주 위원장은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으로 편향성이 있고 이상한 결과가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 우려가 현실화한 것 같다”며 재판부의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입장문을 내어 “재판장인 황정수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회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긴급 비대위 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에 반발해 서울남부지법에 이의신청서를 바로 제출했다.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당헌상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야 하는 이는 권성동 원내대표다. ‘권성동 직무대행’은 앞서 7월8일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뒤 당대표 ‘사고’ 상황을 대체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를 노출하면서 비대위 체제 전환을 불렀다. 새 정부 출범 뒤 100일 남짓 동안 이 전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국민의힘은 안정적인 집권여당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휴일인 27일 오후 4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지도체제 운영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권 원내대표부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부 총질 메시지’ 사태 등으로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윤 대통령과 권력투쟁의 중심이었던 윤핵관 2선 후퇴론도 당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또다시 극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공산이 커 보인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