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된 `대선 기획대담-6.3대선과 한국사회'에 앞서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왼쪽)과 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환담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된 `대선 기획대담-6.3대선과 한국사회'에 앞서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왼쪽)과 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환담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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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과 함께 6개월에 걸친 ‘내란의 시간’도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사회학자 신진욱 중앙대 교수와 정치학자인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이번 대선 결과가 지닌 함의가 다층적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12·3 내란에서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기간을 돌아보며 한국 민주주의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회복탄력성을 보여줬지만, 급속도로 확장된 극우의 사회적 저변과 위기에 처한 정당정치의 현실 역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두 사람은 선거 당일인 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대담을 나눴고, 이후 개표 결과를 반영해 추가로 의견을 교환했다.

6·3 대선이 한국 사회에 남긴 것

신진욱(이하 신) 이재명 후보의 승리에는 두가지 역사적 의미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헌법주의 원리에 따라 윤석열을 파면했다면,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국민 다수가 비상계엄을 옹호한 정당의 집권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12·3 친위 쿠데타에 대해 한편으론 국가기관이 수평적으로 문책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수직적으로 문책한 것이다. 다만 김문수 후보가 대표하는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옹호했던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지지를 41.2%나 받았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민주주의 재공고화의 동시 달성이 새 정부의 어려운 과제로 남겨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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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후(이하 이) 이번 대선은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이뤄지는 과정이었지만, 선거 분위기는 보통의 대선과 다르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 두명 중 한명만 이재명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니 1년 뒤 지방선거는 만만찮을 것이다.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을 보면 비상계엄 뒤 보수 결집이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우려는 지금의 인구 구성을 볼 때 보수가 계속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보수정치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이냐가 국민의힘엔 과제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된 ‘대선 기획대담-6.3대선과 한국사회'에서 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된 ‘대선 기획대담-6.3대선과 한국사회'에서 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강조하고 싶은 게 좀 다르다. 2017년 조기 대선과 비교해볼 때 한국 사회의 유권자 배열은 크게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수화했고, 국민의힘은 극우화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르는 조기 대선임에도 이재명 대통령 득표율과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득표율 합계가 거의 비슷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전광훈 목사와 에펨코리아(펨코)로 상징되는 극우·혐오 세력의 대표자들이 ‘여차하면 집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그런 세력들에 대한 저항감이 없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사회적 토대에 심각한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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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로 양분되는 유권자 비율은 별로 변한 게 없다고 본다. 19대 대선과 이번 대선에서 진보 쪽과 보수 쪽 후보들의 표를 더해보면 여전히 5 대 5다. 다만, 내용적으로 우경화가 이뤄졌다. 유권자 분포 그래프를 보면 모양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오른쪽으로 이동한 거랄까. 국민의힘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니 민주당이 딸려온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왼쪽의 공백이 지난 대선보다 많아졌다. 민주당이 정체성이 불분명한 캐치올파티(catch-all party·포괄정당) 성향을 점진적으로 강화한 결과다. 보수진영 지지자를 끌어당기기 위해 이런 포지셔닝을 한 것인데,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실용주의는 방법이지 목표가 아니다.

민주당의 당원 기반을 보면 ‘중도보수’ 이상으로 보수화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다르다. 2020년 전광훈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만들어 초대 대표를 한 김문수씨가 이번에 대선 후보로 나서 무려 40%가 넘는 득표를 했다. 지난 2월 독일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0%를 상회하는 득표로 제2정당이 되면서 커다란 충격을 줬는데, 이번에 한국에선 그와 비슷한 ‘혐오 정당’이 집권 가능한 정당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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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취약성인가 회복탄력성인가

이번 대선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과 취약성을 모두 보여줬다. 한국 사회는 정치적으로는 독재화의 위험을 잘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외환위기 같은 큰 위기에 잘 대처한다. 문제는 그 이후에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복탄력성이 있지만 지속적인 개혁을 이어나가는 끈기가 부족한 것이다. 정권을 바꾼 뒤 새 대통령에게 책무를 위임해버린다. 사회적 숙의 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가 반복되면 큰 재앙을 맞게 된다. 한번의 계엄은 비극으로, 다른 한번의 계엄은 희극으로 끝났는데, 세번째 계엄은 재앙이 되지 않겠는가. 지금은 민주주의의 구조적 개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동의한다. 국회의 계엄 해제와 탄핵 소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선고로 이어진 과정은 한국의 헌법기관이 지닌 민주주의 방어 능력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 시민들의 여론과 광장의 힘이 없었다면 헌법기관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취약성도 매우 우려된다. 12·3 내란은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어 왔던 한국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권의 친위 쿠데타로 인해 독재 국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사실 케이(K) 민주주의에 대한 찬미는 실질적 위험을 못 느끼게 하는 마취제 같은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은 단지 몇몇 정치인과 권력의 비민주성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 저변의 무규범적인 폭력의 잠재성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가시화한 극우의 위협, 어떻게 대처할까

한국 사회에서 보수의 재구성은 두차례 있었다. 처음은 2002년 대선에서 보수가 지고 나서다. 이때 뉴라이트로 상징되는 이념적 보수가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박세일 교수의 ‘따뜻한 보수’가 보여주듯 보수의 재구성은 온건한 색채를 띠었다. 이번 대선은 두번째 재구성이다. 그런데 이번의 재구성은 매우 우경화된 방향이다. 포퓰리즘의 세계적인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 보수정당의 이념과 철학, 정책 비전을 어떻게 재구성할지 큰 숙제가 주어졌다. 지금처럼 오른쪽으로 계속 이동하는 것이 유권자 지형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선택일지 보수로선 고민할 지점이 많을 것이다.

보수 정치 재구성의 실패가 극우화로 이어졌다는 진단에 동의한다. 중요한 건 서부지방법원에서 폭동을 일으킨 자들만이 극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반공·반북 이념단체, 퇴역군인 장성 단체, 뉴라이트 단체 후신들, 극우개신교, 안티페미니즘 단체. 이들은 지난 탄핵 정국과 같은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적인 연계와 접합을 통해 연대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이들은 빨갱이·공산주의자·종북·좌파·페미니즘·동성애자·중국인·난민 등에 대한 혐오 감정을 이재명과 민주당이라는 구체화된 정치적 대상에 집중해 공격을 강화했다. 앞으로도 정치적 위기가 도래하면 정치 무대의 수면 아래 있던 극우가 언제든 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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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극우가 나타나고 사람들과 민주주의 체제, 정치를 혐오하게 됐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극우적 주장의 상당수가 논리도 근거도 없다. 일례로 계엄 상황에서 나온 부정선거 의혹 등은 과거에는 용납되지 않던 것이다. 그런데 좋은 대학 나오고, 돈 많이 번 사람, 또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니 맞는 게 아닌가 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진보, 보수 진영에서 모두에서 그런 현상이 있다. 공론장이 사라진 무논리의 사회다. 이런 문화적 위기 상황이 시민사회에서 극우의 성장을 가능케 했다.

극우의 수준은 매우 다층적이어서 각 수준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극우에 약하게 대응하면 극우가 번창하고, 약한 수준의 극우에 강하게 대응하면 기본권 침해 논란이 생긴다. 대응은 과도해도 과소해도 안 된다. 명백히 불법적인 폭력과 인권침해 행위에는 엄격한 법 적용과 공권력 대응이 중요하다. 미디어와 정치·사회의 엘리트 집단이 극우 이데올로기에 대해 암묵적인 공감을 보내는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 특히 극우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동조적 서사는 부적절하다. 극우와 혐오적 사고 및 행동이 구체적 인간에게 어떤 고통을 낳느냐를 생생히 보여줘야 극우 성향의 사람들이 자기 행동이 갖는 의미와 결과에 대해 인지하게 된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된 `대선 기획대담-6.3대선과 한국사회'에서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된 `대선 기획대담-6.3대선과 한국사회'에서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합법적인 권력도 절제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유권자들이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민주주의의 재공고화일 것이다. 내란의 완전 종식은 진상규명, 엄정한 수사, 사법 처리를 통해 가능하다. 민주주의 재공고화는 독재로 회귀할 위험이 없는 상태로 민주주의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시는 12·3 계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민주주의 제도와 정치·문화·사회적 토대를 다져야 한다. 유의할 지점은 합법적 권력행사에도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자기 절제를 잃는 순간 지지 기반은 해체되고 개혁 동력도 사라진다. 광장에서 분출된 다양성과 평등,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만개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12·3 계엄과 극우 폭력의 공통된 본질은 다양성과 평등한 인권의 부정이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권력의 자기 절제. 이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다. 개헌 같은 정치개혁도 마찬가지다. 일단 전면 개헌은 하기도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다. 5·18 정신의 전문 반영, 계엄 요건 제한, 대통령의 권한 축소, 감사원 기능의 분리와 국회 이전 등은 지금도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기후위기, 지방소멸, 인구소멸 등은 87년 헌법 개정 때 없던 문제들이지만, 지금은 꼭 필요하다. 개헌은 합의된 부분에 대해 점진적으로 해야지,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면 계속 미뤄지고 못 한다. 정당정치를 정상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현재 공천제도는 ‘제2의 명태균들’을 양산하는 시스템이다. 이것을 개혁하지 못하면 정당정치는 좋아질 수 없다.

12·3 비상계엄이 정치제도의 문제 때문에 생겼는지, 권력 행위자의 문제 때문에 생겼는지를 깊이 토론해봤으면 한다. 제도를 큰 틀에서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모든 제도는 고유의 강점과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의 좋은 제도는 수백년에 걸쳐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한 결과다. 개헌 역시 필요한 건 맞지만,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하나는 권력 분산이고, 다른 하나는 기본권 강화다. 국가기관들이 상호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하고 국가폭력과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시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개헌이 필요하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