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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전면 대결전을 선포하고 유엔의 추가제재엔 불벼락을 내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북미간 체육교류에 기대를 표명했다. 북한 <중앙통신>은 1일 김 제1비서가 전날 북한 올림픽위원회가 미국 프로농구(NBA)팀 시카고불스의 스타인 데니스 로드먼과 그 일행을 위해 마련한 만찬에 참석했다고 전하며 “원수님은 이런 체육교류가 활성화돼 두 나라 인민(국민)들이 서로 이해를 도모하는데 기여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은 로드먼 일행의 방북이 70년대 초 미중 정상외교의 물꼬를 튼 ‘핑퐁외교’와 비교되는 북미 ‘농구외교’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을 나타냈으나 미국과의 전면 대결전에 나선 북한의 지도자가 보인 화해의 몸짓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북은 핵 실험 등 강경 대응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또 미 국무부가 이 시점에 로드먼 일행의 방북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무부는 “로드먼 쪽과 접촉하지 않았으며 그럴 계획이 없다”며 민간차원의 행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로드먼 일행과 함께 방북한 뉴욕의 바이스(Vice) 미디어 제작팀은 4월의 아리랑공연을 포함해 이 행사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미 케이블 방송(HBO)에 내보낼 예정이다. 바이스 미디어의 알렉스 디트릭 대변인은 농구팬인 김 제1위원장이 로드먼에게 “이번 방문이 미국 북한간 해빙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신화통신>이 평양발로 전했다. 또 만찬장에서 바이스 미디어 제작팀의 라이언 더피가 초대한 답례로 김 제1비서를 미국으로 초청하겠다고 말하자 김 제1비서가 기분 좋게 큰소리로 웃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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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먼은 경기가 끝나고서 “비록 두 나라의 관계는 유감스럽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김정은 원수와 북한 인민들의 친구”라며 “이번 경기는 두나라 국민 사이의 친선을 반영한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바이스 미디어는 평양에서 스마트폰의 영상전송 등을 통해 시시각각 전달되는 로드먼 일행의 움직임과 모습을 홈페이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하고 있으며 <시앤앤> <시비에스>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많은 언론들이 관심있게 다루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각) 로드먼이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의 지도자와 평양에서 농구경기를 관람하며 웃고 있는” 사진을 가리켜 “미국의 돌발 외교 역사상 가장 이상한 풍경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또 김정은 제1비서와 로드먼이 농구를 관람할 때 영어로 대화를 나눴지만 “김정은은 오직 한정된 영어만 말했고, 저녁식사에서는 통역을 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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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북한이 처음에 초청하려고 했던 농구선수는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이었으며 삼성이 이를 후원하겠다고 했으나 조던이 초청을 정중히 거절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엔케이 뉴스>는 김 제1비서의 이런 파격적인 행보는 2009년 북한 핵실험으로 중단된 영국의 록가수 에릭 클랩톤의 북한 공연 등 농구외교에서 록앤롤 외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면 머리와 2면에 걸쳐 김 제1비서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유경 정주영체육관에서 로드먼을 옆에 앉게 하고 미국의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와 조선체육대학 홰불(횃불)농구팀의 혼합경기를 관람하고 만찬에 참석한 모습을 사진들과 함께 크게 다뤘다. 중앙텔레비전도 연회장에서 김 제1비서가 로드먼과 포옹하고 건배하는 장면, 김 제1위원장이 미 농구단의 선수 유니폼을 선물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 등 40장이 넘는 관련 사진을 방영했다.대학생과 평양 시민을 비롯해 외교관들과 국제기구 대표 등이 초대돼 관람한 이날 경기의 휴식시간에는 한복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북한 응원단들이 공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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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평양에 도착한 로드먼은 판문점을 방문하고 나서 5일 북한을 떠날 예정이다.

강태호 전정윤 기자 kankan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