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11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양자대화가 예정보다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을 방문한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24일 저녁(현지시각)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미 대화와 관련해 “시기와 형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며 “일반의 기대가 너무 앞섰다. 진행이 그만큼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북-미 대화가 시작돼도 예전처럼 곧바로 제재가 완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즉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와 함께 “북-미 양자대화가 시작되더라도 그게 협상장이 되고 6자회담은 추인장이 되는 것은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미간 이견을 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 형태의 대북 접근에 대해 “북핵 문제를 (이전처럼) 부분적으로 합의하지 않고, 한꺼번에 합의를 이뤄 더 이상 협상이 없도록 하는 개념”이라며 “이를 미국과 수개월간 협의해 왔다. 한·미·일은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간담회 전날, 갑작스레 통보됐다. 간담회 목적은 다분히 최근 북-미 대화와 관련된 한국 언론의 보도가 잇따른 데 대한 일종의 ‘속도조절용’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그랜드 바겐 논란 등 한-미간 이견 표출, ‘6자회담은 북-미 협상의 추인장이 될 것’이라는 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 등 북-미 양자대화를 둘러싼 보도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데 대한 대응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는 후반으로 갈수록, ‘그랜드 바겐’으로 질문이 집중됐다. ‘그랜드 바겐과 미국이 말하는 패키지 딜의 차이점이 뭐냐’에서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한꺼번에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게 현실성이 있나’, ‘그랜드 바겐을 통해 북한에 새로운 뭘 줄 수 있나’, ‘그랜드 바겐은 9·19, 10·4 등 이전 합의를 부인하는건가’ 등 비판적 질문이 이어졌다. 이 당국자는 결국 “새로운 제안은 아니다”,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물론 어렵다”, “(뭘 줄 수 있을지)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그랜드 바겐’이 개념만 있을 뿐,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음을 내비치고 말았다.
한편, 북한과 미국은 ‘뉴욕 채널’을 통해 현재 하루에 한 번씩 전화통화를 하는 등 긴밀한 접촉이 진행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북-미간 양자 대화가 임박했다는 전언도 많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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