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박상천 공동대표 등 옛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국회 본청에 따로 모여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박상천 공동대표 등 옛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국회 본청에 따로 모여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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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의 지역구 현역 의원 ‘물갈이’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됐다. 화약고나 다름 없었던 호남권에서는 물갈이 폭이 30%를 넘었지만,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은 인물난 탓에 10~20%대에 머물렀다. 한나라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38.5%)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18일까지 공천을 완료한 146곳을 기준으로, 호남권에서는 현역 의원 31명 가운데 10명이 탈락했다. 불출마한 두 명을 포함하면, 현역 교체율이 32%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호남권 30% 물갈이’ 약속을 실행에 옮긴 셈이다. 충청권의 경우에도 교체율(27%)이 30%에 근접했다.

나머지 지역은 사정이 다르다. 수도권에서는 60명의 현역 의원 중 탈락자가 5명에 불과했다. 이날 여론조사 경선을 마친 현역 의원 세 명도 모두 살아 남아 불출마자(세 명)를 포함해 교체율이 13%에 그쳤다. 영남과 강원·제주 지역의 현역 의원 8명은 불출마를 선언한 신국환 의원을 빼고 모두 공천을 받았다. 더구나 비호남권에서는 4선의 이용희·이인제 의원을 제외하고는 재선 이상 의원들이 모두 재공천을 따냈다. 통합민주당은 자원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우지만, ‘쇄신 공천’ 이미지가 반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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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역구 현역 교체 현황
민주당 지역구 현역 교체 현황

특히 통합민주당의 공천은 ‘반쪽 공천’이라 할 만하다. 영남 68개 지역구 가운데 18일 현재까지 겨우 8곳에 후보를 냈기 때문이다. 외부 영입도 여의치 않아, 10여곳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 때 평화민주당이 영남권 66개 선거구 가운데 28곳(42.4%)에 공천했던 것과 견줘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통합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쪽과 갈등을 빚으면서 이 지역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출마를 포기해 영입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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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천 결과로 당내 계파간 세력 판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천=당선’은 아니지만, 일단 선수를 많이 내보내야 총선 뒤 당내 우위를 차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공천에서 손학규계는 약진한 반면, 정동영계는 상당히 위축됐다. 최대 계파였던 정동영계는 호남권에서 물갈이의 ‘표적’이 된 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손학규계는 대부분 재공천을 받았다. 대거 탈락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친노 세력은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 의원 5명이 탈락하긴 했지만, 한명숙·유인태·이광재·백원우·윤호중 의원과 이용섭·김만수·윤후덕·전해철·박범계 후보 등 상당수가 공천을 따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공천심사와 관련된 회의를 마친 뒤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손학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공천심사와 관련된 회의를 마친 뒤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반면, 옛 민주당 계열은 상당히 주저 앉았다. 신중식·채일병·이상열 의원과 정균환 최고위원 등이 탈락하는 등 ‘통합파’는 거의 몰락했고,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김홍업 의원 등 동교동계도 뒤로 밀렸다. 옛 민주당 ‘사수파’는 최인기 의원과 박주선·김성순·이용삼·성장현 후보 등이 살아 남는 등 나름대로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