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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추락하는 민노당의 고민

“장마가 이번 주말을 고비로 끝난다지만 민주노동당에게 장마는 좀더 오래 계속될 듯 하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7·26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직후인 지난 27일 무거운 표정으로 국회 기자회견장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기나긴 장마’라는 비유에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열두번째 의석을 확보하며 정계개편의 진원지로 불릴 정도로 ‘실세 3당’으로 약진한 데 따른 소외감과 위기감이 깔려 있다. 9석의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서울 성북을(박창완 후보)에 당력을 쏟고도 5.6% 득표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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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결과는 민주노동당에게 깊은 고민을 던지고 있다. 단순히 의석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각종 재·보선 이후 침체된 당 분위기를 이번에 반전시키지 못했다는 점과, 개헌 논의와 대선, 총선 등이 기다리는 향후 정국에서 민주노동당이 끼어들 자리가 좁아들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은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으로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며 “다음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지지도가 역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에 밀려 ‘실질 4당’으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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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이러다 민주노동당이 완전히 잊혀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당 안팎으로 특별한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면서 언론이나 국민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당 지지율은 제자리를 걷거나 뒷걸음질치고, 당내 분위기는 무기력증에 가깝다.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은 반대 뜻을 명확히 밝혔지만, 당의 무기력을 극복하지 못하면 ‘마이 웨이’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당의 중심을 확고하게 세우지 못하면 정계개편 때 민주노동당 내부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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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라앉은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양극화 △주한미군기지 오염 △비정규직 등의 영역에서 문제 제기 및 대안 제시에 집중해 활력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권영길 의원단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린 국민들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 정치적 희망을 걸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민주노동당이 진보정치 세력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정파 갈등 같은 내부정치에 몰두하지 말고 대국민 정치에 주력하자”, “대안세력으로서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자”, “신생정당답게 당을 더 역동적으로 이끌자” 등의 말이 되풀이되고 있다. 주요 결정을 할 때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단 사이에 ‘핑퐁게임’을 하는 비효율적인 지도체제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그 중에 가장 빈도 높게 제시되는 해법은 “말로만 하지 말고 ‘실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