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7월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정수석과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으로 통화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다. 더구나 당시는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사건 조사를 위해 김 여사 쪽과 조사 방식 등을 조율하던 민감한 시기다. 김 여사가 민정수석을 통해 자신의 수사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특검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
김 여사와 김 수석이 7월3일 두차례에 걸쳐 30분 넘게 통화했고 그로부터 10여일 뒤인 7월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대통령경호처 부속 건물로 찾아가 김씨를 출장 조사했다. 김 수석은 지난해 10월 심우정 검찰총장과 두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그 며칠 뒤 검찰은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김 수석이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깊숙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국기문란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은 법무부 장관만이 공개적 방식으로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수사 대상인 김 여사가 이 과정에 개입했다면 검찰을 사병 집단으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런 공적 지위가 없는 김 여사가 비화폰을 지급받아 사용한 것부터가 수상쩍은 일이다. 보안이 필요한 국정 업무에 쓰이는 비화폰을 김 여사가 지닐 이유가 없다. 앞서 경호처는 “김 여사가 영부인으로 별도 행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내용을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민정수석과 통화한 게 행사·의전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김 여사가 비화폰을 사용하는 정부 고위 인사들과 통화하며 국정에 비선으로 관여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김 여사의 나머지 비화폰 통화 내역도 낱낱이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혐의와 의혹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경찰의 소환 요구를 세차례나 거부했고, 김 여사는 검찰 출석을 미루다가 16일 갑작스레 지병 치료를 이유로 입원했다. 여전히 법 위에 있다는 태도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죄를 저지르고도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고, 김 여사는 이제껏 제대로 된 조사 한번 받지 않았다. 이런 특혜를 더 이상 허용해선 안 된다. 특검의 엄정한 수사가 시급함은 물론이고, 그 전에라도 검경은 법과 원칙에 예외를 두지 말고 수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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